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증권시장 건전화방안이 감독당국의 손을 떠나 시장에 던져졌다. 하지만 증권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일반투자자는 물론 전문가들마저 시장건전화 대책의 실효성이 얼마나 나타날지에 대해서는 기대감보다 의구심을 더 강하게 갖고 있다.
대책이 나온 지 불과 이틀 만인 11일 다시 터진 코스닥등록기업 2곳과 거래소 상장기업 1곳에 대한 시세조정 및 주가조작혐의 검찰고발 사태는 ‘솜방망이 규제’가 낳은 필연적인 허점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또 다시 검찰에 고발된 해당기업의 주가는 폭락할 것이고 거기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그야말로 ‘눈을 뜬 채’ 돈이 날아가는 꼴을 지켜보게 된 것이다.
건전화방안이 발표된 지난 9일 각 언론들과 증시전문가들은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퇴출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몇몇 상장, 등록업체가 살생부에 이름을 올리게 될 것이냐에 몰두하며 한차례 법석을 떨었다. 정작 부실기업 퇴출을 비롯한 시장정화에 대한 정부, 감독당국의 정확한 의중을 설명하고 향후 시장건전화를 줄기차게 밀어붙일 방향성을 제시하는 목소리는 너무 작고 가늘었다.
문제 핵심을 비켜가기는 금감원의 대책 내용도 마찬가지였다. 수개월에 걸친 고민의 결과라고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알맹이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일부 신선한 규정이 눈에 띄기도 했지만 제시된 대부분의 퇴출규정은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빠져나갈 구멍을 너무 많이 남겨놓고 있었다. 투자자들이 감독기관의 규제 강도를 신뢰하지 못하는 근본 원인이 여기서 발생하는 것이다. 오죽하면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기업들은 날아다니며 부실을 감추고 부정을 일삼는데 감독당국과 시장은 때론 눈치보기로, 때론 생색내기 대응으로 일관한다”는 비난섞인 질타가 나오겠는가.
증시를 깨끗하게 만들어야 결과적으로 증시가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은 올해 증시에 발을 담근 사람이면 누구나 뼈저리게 배운 교훈이다. 일부에선 부족하지만 금감원이 해를 넘기지 않고 증시건전화에 대한 명확한 의지를 보여준 것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조치가 나올 때 뿐이고 그나마 솜방망이 규제로는 떨어질 대로 떨어진 증시의 신뢰감을 다시 추스릴 수 없다. 이제 의지를 넘어 좀더 강력한 실천과 퇴출기준 적용을 모든 증시관계자들은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디지털경제부·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