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선후보들의 IT·과기 정책

 이번 대선은 여러면에서 과거와 달라진 점이 많다.

 선거 때마다 음식점이나 관광여행에 몰려다니던 국민들이 어느새 미디어에 눈과 귀를 기울이고 있다. TV와 인터넷이 선거유세의 주무대이자 당선의 관건으로 부상했다. IT와 과학기술의 발전이 대선풍속도마저 변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대선에서 IT와 과학기술이 이번처럼 관심사가 된 적이 없다. 후보들은 앞다투어 IT와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육성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국가와 국민의 미래가 달린 IT와 과학기술을 발전시킬 적임자가 자신이라는 강조도 빼놓지 않는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IT와 과학기술이 한국을 먹여살리고 있지만 산적한 과제도 그만큼 많다.

 IT의 경기회복 대책, 정보화추진체계 개편, IT·과학기술 부처의 역할 재정립, 벤처특성을 무시한 코스닥 등록요건의 개선, 정부출연연의 효율성 제고, 이공계 교육체제 혁신과 질적 향상 등 오래 전부터 논란이 되고 있는 구체적인 사안이 산적해 있다. 후보들은 한결같이 이 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의지를 가지고 해결하겠다, 믿어달라는 호소와 그럴듯한 청사진만 되뇌일 뿐이다. 차별화조차 거의 없다. 이공계 3명 중 1명에게, 나아가 2명 중 1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겠다는 비현실적인 선심성 공약만 난무하고 있다. 장학자금이 얼마나 필요한지, 어떻게 마련할지 설명도 없거니와 한번이라도 이 문제를 고민해 보았는지 조차 의심스럽다.

 대선전이 종반전을 치닫고 있지만 아직까지 후보들간 IT와 과학기술 육성문제로 논쟁조차 벌어지지 않고 있다. 비방과 헐뜯기가 없는 정책경쟁 때문이라면 오죽 좋을까만 아쉽게도 사실은 정 반대다. 진지한 고민도, 해법도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후보들은 자신의 강점으로 상대를 공격하지만 약점은 드러내기 싫어한다. IT와 과학기술분야는 서로들 약점 투성이여서 변변한 공격조차 시도하지 못하고 있을 뿐으로만 비친다.

 IT와 과학기술만큼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분야도 없다. 가장 중요한 일자리와 소득, 경제성장이 여기에 달렸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후보들은 ‘무늬만 벤처’를 없애겠다고 누누이 강조한다. 유권자들도 이제 어느 후보가 ‘무늬만 IT·과학기술 육성의 적임자’인지 유심히 살펴볼 때다.

 <정보가전부·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