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독불장군에게 `미래`가 없다

 요즘 PC시장을 지켜보면 성능과잉시대에 접어든 느낌이다.

 소비자들은 1㎓ PC 성능에도 만족하지만 PC업체들은 2㎓ 제품을 판매한다. 인텔은 더 나아가 PC업체에 3㎓ CPU가 개발됐으니 이를 사용하라고 권장한다. 소비자들은 윈도98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98을 단종하고 윈도XP만 판매한다.

 5년 전만 해도 많은 소비자가 더 빠른 PC를 요구했다. 이런 요구는 PC업체뿐만 아니라 인텔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 PC 관련업체들의 기술 개발 동기가 됐고 이런 노력으로 성능이 개선된 PC는 불티나게 판매됐다.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 소비자들의 성능개선 요구는 사라졌고 이제는 PC업체들이 고성능 제품을 내놔도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렇게 된 데는 PC보급 포화, IT경기 침체 외에도 인텔이나 MS의 기술발전 속도를 관련업체들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데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들은 사실 운용체계나 CPU 성능보다 실제 PC에서 구동되는 소프트웨어나 게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에 불편함을 느낀다. 그러나 지금은 불행하게도 그럴 만한 소프트웨어나 게임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인텔이나 MS는 PC 불황의 책임이 자신에게 쏟아지는 데 항변할 만하다. 막대한 투자를 집행, 기술을 발전시킨 것이 비난받을 일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양사가 시장독점을 발판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고 그 수익을 PC산업 발전을 위한 인프라에 투자하기보다 양사의 이익 혹은 신규사업에 투자하는 데 사용했다는 지적에는 귀를 기울일 만하다.

 MS가 운용체계 판매에서 발생하는 85%의 수익을 소프트웨어나 게임업체에 지원했다면, 인텔이 CPU에서 얻은 수익을 네트워크 장비 같은 신규사업에 투자하기보다 PC업체들에 지원했다면 PC산업의 위기는 한참 뒤에 나타났을지 모른다.

 독불장군에게 미래는 없다. PC산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대부분을 양사가 가져가는 현재 구도로는 PC산업의 위기 극복은 요원할지도 모르겠다.

 <정보가전부·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