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탄 폭발음과 격렬한 총소리가 어둡고 좁은 방을 진동시키는 가운데 10대 청소년들이 커다란 컴퓨터 스크린에 얼굴을 바짝 들이댄 채 의자에 웅크리고 앉아 게임에 열중하고 있다.
이는 폴크스트리트에 있는 한 컴퓨터 게임 카페 모습이다.
PC 게임방이 미국에서도 최근 각광받는 인터넷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자우편 접속이나 웹 서핑을 하기 위해 분당 또는 시간당 요금을 내던 기존 인터넷 카페는 인터넷이 미국 가정이나 직장에 보급되면서 이제 자취를 감췄다. 집에 초고속 인터넷이 설치된 게이머들조차 게임을 더욱 신나게 즐기고 친구와의 우정도 돈독히 하기 위해 모여드는 PC 게임방이 인터넷 카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베이지역만 해도 10여 곳에 PC 게임방이 생겨났고 방과후 학생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밤 늦게까지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폴크스트리트에 있는 넥스트 게임카페 같은 PC 게임방들은 자녀 교육열이 높은 아시아계 부모들과 남캘리포니아 경찰로서는 골치아픈 존재이기도 하다. 1년 전 오렌지카운티 가든그로브의 한 PC 게임방에서는 조직폭력배들이 칼로 사람을 살해한 살인사건이 일어난 바 있다.
그러나 베이지역 PC방 주인들은 학부모들은 PC 게임방에서 놀고 있는 자식에 대해 별로 걱정하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PC방 매치플레이의 주인인 로렌스 깁슨은 “많은 부모가 주말이 되면 자식들을 PC방에 집어넣고 자신들은 다른 볼일을 보는 바람에 매치플레이가 세상에서 가장 값싸게 애들을 돌봐주는 공간으로 전락했다”며 웃음지었다. 그는 “아이들이 여기에 들어왔을 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좋지 않은 일은 못된 말을 배운다는 점”이라며 “아이들에게 게임에서 총을 맞았다해도 말을 곱게 쓰라고 부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샌프란시스코의 일부 상인단체들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PC 게임방들이 새벽까지 영업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레이터기어리블루바드상인협회의 회장 데이빗 헬러는 “PC방이 늦게까지 영업을 하기 때문에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곤 한다”며 “어떤 때는 학생들이 학교에 있어야 할 시간에 PC방에서 게임을 즐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넥스트 게임카페의 공동 주인인 장폴 댄은 이에 대해 “학생들은 보통 오후 3시가 지난 뒤까지도 넥스트 게임카페에 잘 나타나지 않는다”며 “기어리블루바드에 있는 넥스트 게임카페는 오전 6시 문을 닫지만 전혀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넥스트 PC 게임방 영업을 시작한 이후 더러운 낙서나 싸움은 없었다”고 강변했다.
샌프란시스코 경찰도 PC방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샌프란시스코 경찰서 대변인 네빌 기튼스 경장은 “아직 PC방에서 문제가 일어났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초고속 네트워크와 고성능 컴퓨터들이 PC방을 즐겨 찾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PC방의 진짜 매력은 다른 게이머와 게임을 하면서 우정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이다.
1주일에 3∼5일은 매치플레이에서 게임을 즐긴다는 마운틴뷰에 사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휴 다이치는 “게임을 하다보면 동료애가 많이 생긴다”고 말했다.
연인 커플인 코디 포레스트(21)와 아이나 헤르난데스(24)는 폴크스트리트의 넥스트 PC방에 함께 들어가 다른 친구를 사귀기도 한다. 포레스트는 “여자 친구와 나란히 앉아 게임을 하면 더 재미있다”며 웃음지었다.
PC방이 미국에서도 해외에서만큼 크게 성공할 것이라고 아직 장담할 수는 없다.
컴퓨터게이밍월드의 편집장 제프 그린은 “PC방이 미국에서 대성공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이는 단지 문화차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경우 미국처럼 X박스나 플레이스테이션2 같은 비디오 게임기가 널리 보급되지 않아 PC게임이 오락의 대명사처럼 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PC방 사업은 사실 한국에서도 이미 절정기를 지나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부 PC방 업주는 PC방이 미국에서 용두사미로 끝날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이른바 인터넷 카페들은 자동판매기와 냉장고에 카페인이 있는 소다만을 비치하고 이를 판매하고 있으나 넥스트 게임카페의 샌프란시스코 기어리블루바드 분점은 크레페와 간식거리도 팔고 있다. 넥스트 게임카페 폴크스트리트 분점도 내년 1월이나 2월쯤 간식을 판매할 예정이다.
넥스트 게임카페 공동업주인 댄은 한국 PC방에서 요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동영상 웹채팅도 추가할 생각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게임을 유지하면서 웹 카메라와 마이크를 각 컴퓨터에 설치할 계획”이라며 “시대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