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벤처투자 대폭 늘어나야

 계미년 새해 벽두부터 벤처기업에 청신호가 켜졌다. 그동안 소극적인 투자로 명맥만 유지해오던 창업투자회사들이 투자재개에 나서는 등 꽁꽁 얼어붙었던 벤처투자 시장에 해빙의 봄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벤처 및 중소 기업이야말로 기술혁신의 주역이자 서민경제의 뿌리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벤처투자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것보다 반가운 소식은 없다. 21세기 지식기반경제에 대응할 우리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일 뿐 아니라 새정부 공약사항인 7% 성장과 250만개 일자리 창출여부도 여기에 달려 있다. 한마디로 우리의 희망이 벤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창투사들의 벤처투자 확대를 환영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더욱 기대되는 것은 창투사들의 벤처투자금액이 벤처투자가 가장 활발했던 지난 99년(9502억원)에 버금간다는 점이다. 최근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이 119개 창업투자회사를 대상으로 공동 조사한 ‘벤처투자 2002년 실적 및 2003년 계획’에 따르면 창투사들의 올 벤처투자금액은 지난해(5652억원)보다 63.7% 늘어난 총 9253억원으로 추정된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조정기를 통해 벤처거품이 상당부분 해소되면서 1분기 1938억원, 2분기 2605억원, 3분기 2502억원, 4분기 2208억원 등 1조여원으로 벤처투자금액이 늘어난 것이다. 이 금액은 정보통신(4097억원), 부품소재 등 제조(1759억원), 바이오(769억원), 영상·음반(771억원), 게임(525억원), 환경(180억원) 등 총 1632개 업체에 신주 인수 방식(5393억원), CB 및 BW 인수(2751억원), 프로젝트 투자(1109억원) 형태로 투입된다.

 창투사의 투자패턴이 선진형 벤처투자 형태로 바뀌는 것도 바람직한 현상이다. 전체 투자자산의 70% 이상(6715억원)이 투자조합을 통해 투자되는 등 창투사의 투자패턴이 타인자산에 의한 선진형 벤처투자 형태로 바뀔 것이라는 데에 기대되는 바 크다. 이 모든 것이 우리 경제의 미래를 밝게 하는 좋은 징조인 것 같다.

 잘 알다시피 한국경제의 희망인 벤처가 되살아나기 위해서는 캐피털·인력·창업보육 등 벤처생태계가 유지돼야 하며 특히 기업성장의 자양분인 자금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전세계적인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신생 벤처기업이 뿌리를 내릴 수 있느냐가 투자자금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자금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정부지원책이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지원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동안 추진해온 직접지원체제(양적성장)보다는 기술혁신을 촉진하고 벤처환경을 건전화할 수 있는 간접지원체제로 전환돼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적 약자인 벤처 및 중소 기업 문제가 결국은 사람(인력)·돈(자금)·시장(판매) 등 3대 요소라는 점을 깊이 인식,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역점을 둬야 한다.

 벤처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벤처비리 발생 가능성을 없애고 건전한 벤처생태계를 만드는 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면서 직접지원보다는 창업보육 및 지원기능 강화, 벤처캐피털의 유동성 확충, 기술혁신 능력 배양 및 국내외 신시장 개척 지원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