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경기는 위급한 상태를 넘겨 중환자 명단에서는 빠졌지만 길고 힘든 회복기를 거쳐야 하는 환자에 비유됐다.
올해 미국 경기가 2년 연속 성장하면서도 고용 증가는 완만하고 기업이익과 기업지출도 아주 힘들게 조금씩 늘어나 더디겠지만 회복세를 띨 것이라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베이지역 역시 수십년 만에 최악이라는 지난 2년간의 침체 구덩이에서 힘들게나마 벗어나 회복기에 접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먼로컨설팅의 경제학자 타마 먼로는 “올해 베이지역은 사정이 호전되고 있다는 인식이 조금씩 확산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여전히 가라앉은 상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레터인 블루칩이코노믹인디케이터가 54명의 경제 예측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미국의 재화와 서비스 생산량 증가율은 2.8%, 실업률은 평균 5.8%로 올해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캘리포니아주는 베이지역 침체로 인해 회복속도가 더딜 것으로 보인다. UCLA 경제전문가들은 캘리포니아의 실업률이 지난해 6.4%에서 올해는 평균 6.7%로 오히려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들 전문가는 베이지역을 침체에서 가장 늦게 회복될 지역으로 꼽았다.
올해 경기회복의 중요한 변수는 두가지다.
부시 미 행정부는 올해초 경기 진작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만약 이 대책이 근로소득세 감축 등 단기 수요 부양에 초점을 맞춘다면 성장을 이끄는 데 큰 힘이 되겠지만 이 계획이 부시 대통령이 추진해 온 장기적 세금감면 조치의 한 방편에 그친다면 경기부양 효과는 반감될 것으로 점쳐진다.
다른 한편으로 이라크와의 전쟁은 단기간 속전속결로 끝나지 않으면 유가 폭등 등으로 경기회복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경제개발공사의 수석 경제학자 켄 액바랄리는 “이라크전이 장기화하면 충격이 매우 크고 소비자와 투자자의 신뢰를 치명적으로 훼손시킬 것”이라고 예측했다.
올해 경기 회복세가 매우 불안할 것이라는 예측은 2000년 인터넷 붐이 가라앉은 뒤 찾아온 경기침체의 특성과도 연관이 있다. 지난 2년 동안 미국 소비자들은 주택, 자동차, 가정용 기구, 전자제품을 계속 구입하는 등 소비를 줄이지 않은 반면 기업들은 이익격감과 주가폭락으로 진작부터 긴축경영에 돌입해 대조를 이뤘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미국 기업이 긴축을 풀지 않는 한 경기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악바랄리는 ”어느 시점이라도 기업 부문의 지출이 살지 않으면 경제학자들이 경기전망을 낮춰 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 경영자들은 앞으로 경기에 대해 보다 비관적이다. 주요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 모임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이 기업 경영자들을 최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0%가 내년중 인력감축을 예상했고 자본 지출액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는 응답자는 19%에 그쳤다.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의 회장 존 카스텔라니는 “재화와 서비스 생산 능력이 수요를 앞지르고 있다”며 “수요가 없으면 왕성한 고용성장과 기업투자를 일으키는 경제적 환경은 찾아오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는 베이지역의 가장 중요한 산업인 하이테크 부문에서 두드러진다. 전문가들은 하이테크 경기의 하강이 거의 끝났지만 강력한 재반등은 1년 이상 더 지나야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테크텔의 CEO인 마이클 켈리는 기업들이 데스크톱PC 등 제품구매를 늘리겠지만 데이터 저장시스템이나 대규모 소프트웨어 설치 같은 큰 돈이 드는 일은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같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베이지역은 하이테크 경기의 점진적인 회복이 가시화되는 올해가 전환기가 될 전망이다.
이 지역의 정보기술, 생명기술, 인터넷 산업에 퍼부은 방대한 투자가 바로 이 지역 경제력의 원천이다. 베이지역이 2000년의 호황을 재현하려면 상당한 기간이 지나야 하겠지만 올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지역의 하나로 재부상할 것이 확실하다.
<박공식기자 ks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