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지난해 5월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게임 행사 E3의 X박스 부스 앞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온라인 게임으로 소니를 따라잡는다.”
정보기술(IT) 분야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MS가 1위 자리를 넘보지 못 하는 분야가 바로 비디오 게임기다. MS는 1등 소니와 큰 차이로 벌어진 채 닌텐도와 2등 자리를 놓고 싸우고 있다.
소니는 지난해 5월 게임전시회인 E3에서 “게임기 전쟁은 소니의 승리로 끝났다”고 선언해 MS와 닌텐도의 속을 긁었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PS)2가 3500만대 가량 팔린 반면 MS와 닌텐도의 X박스와 게임큐브는 그 8분의 1인 400만대 판매에 그쳤으니 그런 말이 나올만도 하다.
절치부심하는 MS의 비장의 무기는 온라인 게임이다. MS는 온라인 게임을 장악해 소니의 PS2에 대항한다는 계획이다. MS는 지난해 11월 출범한 온라인 게임 서비스 ‘X박스 라이브’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X박스 라이브는 X박스 사용자들이 인터넷에 접속, 온라인의 다른 사용자와 협력 또는 경쟁하며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MS가 온라인 게임에 승부를 거는 것은 무엇보다 시장성 때문. 이 시장은 2004년에 6억7000만달러, 2010년엔 1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회사 인스탯/MDR는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2006년엔 1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온라인 게임은 월 사용료를 받기 때문에 수익이 안정적이고 불법 복제로 인한 피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또 MS로선 게임기 성공의 핵심 요소인 게임 타이틀에서 소니와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X박스와 게임큐브보다 1년이나 먼저 출시된 PS2는 경쟁 제품보다 훨씬 풍부한 게임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같이 시작하는 입장인 온라인 게임에선 이런 차이가 거의 없어진다. 도리어 온라인 게임에 가장 적극적인 MS가 다양한 온라인 게임을 선보이며 앞서 가고 있다.
온라인 게임 네트워크의 운영에서도 MS는 가장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소니와 닌텐도가 온라인 게임 개발사에 네트워크 운영을 일임한다는 입장인데 반해 MS는 직접 중앙집중적 게임 네트워크를 운영한다. 게이머들은 한번 접속으로 X박스 라이브의 다양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게임 개발사들 입장에서는 자체적인 네트워크 운영 부담이나 인프라 구축 비용 없이 온라인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그러나 이 매력은 동시에 칼날이 될 수도 있다. 게임 개발업체들은 MS가 게임 서버의 중앙 운영을 통해 자신들의 고객 정보를 빼낼 것을 걱정한다. 또 개발 과정에서 MS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결국 주도권을 잃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EA, THQ 등의 대형 게임 퍼블리셔들은 X박스 라이브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MS는 대신 중소 게임 개발사와의 제휴를 확대하고 있다.
일단 X박스 라이브의 초기 반응은 좋은 편이다. X박스 라이브 접속을 위한 스타터킷은 발매 2주일만에 초기 물량 15만개가 거의 매진됐다. 다만 초고속인터넷의 확산이 더딘 것은 광대역인터넷 접속 기능만을 갖춘 X박스로선 불안한 요소다. 또 신기술에 민감한 ‘얼리 아답터’ 계층을 넘어 일반 게이머들이 온라인 게임을 얼마나 받아들일지도 문제다.
올 봄 유럽에서 MS와 소니의 온라인 게임 서비스가 시작되면 전선은 더욱 확대된다. MS가 온라인 게임을 통해 소니를 제치고 게임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