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어떤 회귀

◆E비즈니스부·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

 

“오프라인으로 돌아갑니다. 아쉬움이 많은 e마켓플레이스회사 생활을 접고 전통기업에서 다시 둥지를 틀어 보렵니다.”

 글로벌 전자e마켓인 A사에서 대오프라인기업 영업을 담당해온 J씨가 얼마 전 한 통신업체의 구매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3년 동안 e비즈니스의 꽃으로 불리던 e마켓에서 B2B거래와 기업 e비즈니스화의 필요성을 설파해온 그가 오프라인으로 되돌아간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한다는 부푼 가슴으로 투신한 e마켓에서 그는 철저한 패배자였다. 수백여개 전자부품업체를 상대로 B2B 구매의 효율화를 외쳤지만 외면당했다. 이미 일부 대기업은 자체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구매 선진화를 실현하고 있었고 중소기업들은 e마켓을 믿고 온라인 구매를 하기에는 위험이 너무 크다는 이유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결국 기업의 구매 선진화가 e마켓 혼자서 외친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지 1년여 만에 그는 B2B 전도사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쌈짓돈까지 끄집어내 투자한 직장을 그만두기까지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을 것임은 자명하다.

 근래들어 J씨를 우연히 만났다.

 “e마켓업계가 너나할것 없이 힘든 요즘 혼자 슬쩍 발을 뺀 것 같아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섭니다. 그러나 더이상 오프라인 구매부서를 찾아가 e마켓 활용을 외치기에는 심신이 지쳤습니다.” 그의 B2B와의 인연은 끝난 것일까.

 “이제 직접 구매부서에서 뛰면서 온·오프라인을 조화시킨 구매 선진화에 힘을 쏟아볼 작정입니다.” 그는 단순히 CALS 개념으로 접근한 초창기 B2B가 최근 전통기업들의 e트랜스포메이션(전이) 붐으로 보다 구체화·세분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모든 기업은 생존을 위해 좋든 싫든 간에 e비즈니스를 도입해야 할 것이며 그 대상 또한 구매에서 영업·생산·회계 등 전 업무로 넓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주저없이 내놓았다. 그의 얼굴에 새로운 희망이 엿보였다.

 e마켓업계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B2B는 기본적으로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접목입니다. 이제 e마켓들도 오프라인의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전통기업들을 온라인으로 끌어내야 합니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회귀한 J씨의 확신은 ‘그래도 B2B는 대세’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