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진정한 통신강국

◆박인식 네옵텍 사장 ispark@neoptek.com

 

 1000만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를 갖고 있는 한국이 과연 진정한 통신강국인가. ADSL 장비와 세트톱박스로 대표되는 유선 통신네트워크 장비 수출과 휴대폰으로 대표되는 무선 통신장비 수출은 그 동안 한국의 IT수출 활성화에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통신네트워크 장비의 국내 수준은 어떠한가. 시스코·주니퍼·루슨트와 같은 대형 광통신장비 업체는 차치하더라도 메트로망 및 가입자망 분야에서까지 리버스톤·익스트림네트웍스·스리콤 등 해외업체에 필적할 만한 업체가 아쉽게도 국내에 없다.

 그 사이 중국은 후아웨이·ZTE·다퉁 같은 업체가 내수시장에서의 수익을 기반으로 해외로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그 뒤를 잘 살펴보면 중국 혹은 대만의 부품공급 회사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어떠한가. 국산 제품은 OCSU·FLC·L2/L3급 스위치 등이 대부분이다보니 가격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시되는 게 현실이다. 자연스럽게 좀더 저렴한 부품구매에 치중하게 되고 이로 인해 부품시장의 가격경쟁이 그 도를 넘어설 만큼 치열하다.

 향후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광통신부품 시장의 현실도 마찬가지다. 한동안 급성장을 거듭하던 광통신 시장의 붕괴는 비단 선진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야심차게 사업을 시작했던 한국의 광통신관련 벤처들은 채 꽃도 피우기 전에 시들어 버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지난해 중반 이후 대만·중국업체들이 무섭게 한국시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외국업체의 구매 형태에 비해 단기적인 구매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한국 통신네트워크 장비시장의 성격상 연간 공급계약이나 파트너십을 통한 장비업체와 부품업체의 협력없이 입찰때마다 업체가 바뀌는 일이 계속되는 게 현실이다. 저가로 무장한 중국·대만업체들로 인해 토종 한국 광통신부품 업계의 미래는 무척 어둡게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급속도로 늘고 있는 전송량은 가입자계에 있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대두됐다. VDSL·메트로이더넷 등이 확산되는 분위기에서 콘텐츠가 인프라를 따라오지 못한다고 안심해서는 안된다. 10/100M용 랜카드 가격이 비싸다고 10M용으로 구입한 후 다시 100M용 랜카드를 사는 이중지출의 경험을 대부분의 기업이 갖고 있을 것이다.

 고객은 늘 보다 빠른 것을 원한다. 그러므로 공급업체도 항상 변화와 개선의 노력을 게을리 해선 안된다. 따라서 이제 정부와 통신사업자들은 초고속 FTTH(Fiber To The Home)에 대한 고민에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다. 일본은 이미 ‘e재팬 프로젝트’의 이름하에 FTTH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은 일단 FTTH가 본격화된다면 짧은 시간내에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한국의 새로운 FTTH 솔루션이 나타나리라 예상된다. 하지만 과연 그때까지 한국 광통신 업체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국내 최대 기업의 광부품사업팀마저 그 사업을 축소시키는 현실에서 외국의 광통신 장비와 부품에 대항해 우리시장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한가지 방법이라면 아마도 국내 관련업체 및 기관이 힘을 합친 ‘코리아 FTTH 컨소시엄’이라 할 수 있다. 이 컨소시엄이 나오기 위해서는 다원화돼 있는 정부의 지원책이 분명하게 정리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정부측 주무부서와 함께 각 통신사업자, 주요 장비업체, 핵심 부품업체 등이 참여한 코리아 FTTH 컨소시엄이 만들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의 실정에 맞는 광통신 서비스 및 사양이 나와야 한다. 기존의 표준을 적용하는데 누구보다 빠른 한국의 통신시장 성향을 잘 이용하면 FTTH 분야에서 단기간내 최강국으로 성장할 것이다. 이것이 곧 우리 통신시장을 지킴과 동시에 초고속인터넷 선두국가로서의 위상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