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지난 96년부터 4개 지역전화 회사들에 강요해왔던 통신망 개방 의무조항을 전면 폐지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에 따르면 최근 FCC의 미첼 파월 위원장을 중심으로 미국 4개 지역전화 사업자들이 통신망 개방과 관련 없이 장거리전화는 물론 초고속인터넷서비스(ISP)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통신법 시행규칙(시안)’을 마련했다.
이번에 마련된 통신법 시행규칙은 미국이 96년 제정한 통신법(The Telecommunications Act)에 따라 그 동안 4개 지역전화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통신망을 장거리전화회사 등 경쟁업체들에 개방할 것을 요구해왔던 미국 통신정책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FCC는 오는 2월 5명의 통신위원들이 참석하는 회의에서 표결을 통해 (통신법) 시행규칙을 확정한 후 이르면 오는 2005년부터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버라이존 등 4개 지역전화 사업자들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것으로 이를 그대로 시행에 옮길 경우 AT&T 등 장거리전화 사업자들은 회사의 존립기반까지 위협받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이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미국 통신 업계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또 전문가들은 최근 FCC가 미국 통신시장 환경을 사실상 96년 이전으로 돌려놓을 것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같은 방안을 마련한 이유를 크게 2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우선 미국 전역에 초고속인터넷을 보급하기 위해서는 지역전화 사업자들의 투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들에게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두번째 이유로는 지역전화 시장의 경쟁환경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최근 미국에서 케이블 사업자들이 지역전화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고 또 휴대폰 및 전자우편 사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지역전화 수요를 잠식하고 있는 등 지역전화 시장은 경쟁이 동시 다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굳이 정부가 나서야 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설명이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