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슈퍼컴 빌려쓰세요"

 ‘비싼 슈퍼컴퓨터 사지 말고 빌려 쓰세요.’

 블룸버그, 와이어드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IBM이 슈퍼컴퓨터의 처리능력을 그때 그때 필요한 만큼만 빌려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주문형 컴퓨팅 서비스 사업을 시작키로 했다.

 이 서비스는 전력 업체가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만큼만 전기를 공급해주는 것과 유사한 개념으로 고객은 유닉스와 리눅스로 운영되는 대규모 컴퓨터 클러스터에 접속해 이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

 IBM은 수백대의 IBM e서버 p655 시스템, IBM e서버 x355와 x345로 이뤄진 리눅스 클러스터, 제온 프로세서를 장착한 랙마운트 서버 등으로 구성된 서비스용 네트워크 설비를 뉴욕주 남부 도시인 포킵시에 설치하고 향후 전세계 각지로 확장할 예정이다. 이 회사의 CEO인 새뮤얼 팔미사노는 100억달러를 주문형 컴퓨팅 서비스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IBM의 새 서비스는 애니메이션이나 석유탐사와 같이 특정한 순간에 방대한 슈퍼컴의 능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를 겨냥한 것이다. 애니메이션이나 특수효과 스튜디오의 경우 필름에 사용되는 이미지와 효과가 점차 복잡해지면서 방대한 슈퍼컴의 처리능력을 필요로 하지만 일단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다음 일거리가 생길 때까지 슈퍼컴을 이용할 일이 거의 없게 된다.

 이와 관련, 뉴욕의 한 스튜디오인 옵티컬이펙츠의 멜 그레이브스는 “우리의 작업 범위는 우주탐사만큼이나 어려운 특수효과에서부터 타이틀이나 크레딧 제작과 같은 단순한 작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IBM의 대변인인 윌로 크리스티는 첫 고객은 노르웨이의 세계적 유전 탐사업체인 페트롤륨지오서비시스(PGS)이며 아직 서비스의 가격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상세한 계약 내용의 공개는 회피했으나 PGS가 자체 슈퍼컴 소유와 운영에 투자하지 않아도 돼 연간 150만달러 이상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PGS의 전세계 데이터처리 담당 사장인 크리스 어셔도 “그동안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컴퓨터 처리 능력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왔다”고 말했다. PGS는 주문형 서비스를 내달 시작되는 3개월간의 멕시코만 심해 탐사 프로젝트에 이용할 계획이다. IBM의 주문형 서비스는 이 회사가 해저지역 탐사, 정밀 탐사 등 방대한 컴퓨터 처리능력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시스템 관리자가 웹 기반 지휘소에서 버튼만 누르면 컴퓨터 처리능력을 마음대로 늘릴 수 있도록 해준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