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남북 사이버 통합

◆안준모 건국대학교 교수 joonan@konkuk.ac.kr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일성은 ‘대통합’이었다. 남북의 대통합은 여러 차원에서 진행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나 이를 추진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서 또는 촉매제로서 정보통신 인프라의 역할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김대중 정부 기간동안 진행된 민간위주의 사안별 교류협력과 더불어 사이버 인프라 통합을 촉진하는 정책의 입안과 추진이 노무현 당선자의 역할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한 정보통신의 역할은 무엇이며, 특히 남북한 통합을 위한 정보통신의 역할과 정책적 과제는 무엇일까.

 세계적으로 정보통신 인프라는 이미 아날로그와 디지털, 유선과 무선, 음성과 영상의 대 통합(convergence)을 주도하는 글로벌 인프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또한 물리적 영토의 범위를 뛰어넘어 사이버 공간상에서 전세계를 하나의 통합체로 연결해주고 있다.

 특히 남한의 경우 지난 5년 동안 김대중 정부의 혁신적 노력에 의해 세계 최고의 사이버 인프라를 구축, 사이버 통합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북한의 사이버 인프라가 비교적 초기단계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나 남쪽의 경험과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협력사업이 이뤄질 경우 기존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며 최대의 효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사이버 통합을 위한 시발점은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이나 표준에 대한 당국자 간의 대화가 공식화되고 정례화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남과 북의 교류와 대통합의 기반이 될 수 있는 정보통신 인프라 분야 교류협력은 아직 초기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이미 시행된 몇몇 사례는 통합을 간과한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서 올해부터 평양시를 대상으로 도입된 유럽형이동전화(GSM) 방식을 들 수 있다. 남한이 개발하고 상용화해 전세계적으로 표준화를 주도하고 있는 CDMA 기술 대신 GSM방식의 채택은 이러한 기술적 통합의 필요성을 간과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무선 이동통신 기술을 통한 남북한간의 무선 인프라 통합은 남과 북의 역량을 집결시키고 이를 활용한 경제적 상호이익의 극대화를 꾀할 수 있음을 고려할 때에 이를 위한 정부 당국자간 교류협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인프라 기반 기술을 활용한 통합을 촉진하기 위한 정부 당국자간의 긴밀한 협의와 상호이해 노력이 새 정부의 남북한 정보통신 정책의 기조로 자리잡아야 할 것이다.

 정부 주도의 인프라 통합과 더불어 민간 분야의 방송·인터넷·무선 분야의 콘텐츠 통합을 통한 사이버 공간상의 남북한 교류·통합을 단계적이며 장기적인 과제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사이버 공간상의 통합은 주로 콘텐츠를 매개로 한 교류와 통합의 형태로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콘텐츠 통합의 경우 정치·경제·사회·제도상의 차이로 인해 조심스런 면이 있으나 먼저 경제적 상호이익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추진될 개성·금강산·신의주 특구에 입주하게 될 국내외 기업의 정보교류를 위한 통합은 콘텐츠 통합에 근거한 경제통합과 기업의 원가절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통일 비용을 물리적 통합 비용과 문화적 통합 비용으로 나눠볼 때에 문화적 통합을 위한 비용이 물리적 통합 비용보다 더 많은 비용·시간·노력이 필요함은 과거 동독과 서독의 경우 잘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통일 후의 문화적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단방향적인 기존의 방송 교류와 더불어 양방향 교류를 촉진하는 사이버 통합을 위한 단계적인 정책이 입안되고 이를 근거로 한 남북의 당국자간 협의와 실행이 조속히 시행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