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 회장 이후 AOL타임워너의 진로

 스티브 케이스 회장의 갑작스런 사임발표 이후 세계 최대 미디어 업체 AOL타임워너의 진로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AOL의 회장으로 지난 2001년 타임워너와 합병을 주도하면서 업계 최고 권좌에 올라 당분간 물러설 것 같지 않았던 케이스의 낙마가 가뜩이나 어수선한 미디어 업계에 충격으로 다가서고 있다.

 21세기 미디어 환경은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온라인과 신문·잡지로 대표되는 오프라인의 충돌과 수렴과정을 거쳐 유·무선 통신 통합, TV와 인터넷의 융합 등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들 부문에 발을 담그고 있는 AOL타임워너 수장의 퇴진이 당연히 업계 안팎의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당장의 관심은 ‘선장 잃은 AOL타임워너호(號)’로 모아지고 있다.

 현재 설득력있는 주장 가운데 하나는 분리설이다. 합병이후 주가폭락을 경험한 주주들은 “AOL과 타임워너는 애당초 어울리지 않는 만남”이라고 강조해왔다. 이 주장은 ‘왕관의 보석(Crown Jewel)’이라는 평까지 들으면서 회사의 핵심역할을 해왔던 AOL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 반해 타임워너는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등 영화가 성공을 거두면서 한층 더 힘을 얻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이 구상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케이스에 이어 회사내 2인자인 리처드 파슨스 최고경영자(CEO)가 분리를 반대하는데다 무엇보다 인터넷 부문에서 밝은 미래가 보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광대역화 및 콘텐츠의 디지털화가 급진전되고 있는 현 미디어 환경아래에서 AOL타임워너측이 시너지가 명확한 사업을 구태여 분리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키를 잡은 파슨스가 우선 AOL의 수습에 나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파슨스를 비롯한 경영진들은 합병당시 56달러를 호가했던 AOL타임워너의 주가가 70%나 폭락한데는 AOL의 부진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더욱이 AOL은 온라인 광고 시장의 위축으로 매출이 급감했고 회계부정 여파가 아직 가시지도 않은 상태다. 파슨스는 정상궤도를 달리고 있는 타임워너보다는 AOL의 매출을 정상화하고 부정회계 파문을 진정시키는 일이 시급하다. 여기에다 고속 인터넷 사용자들을 끌어 모아야 하는 과제까지 남아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AOL은 블랙홀”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케이스 회장의 퇴진으로 AOL타임워너에서 진정한 의미의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실험이 자리를 잡았다”고 보는 일부의 주장도 있다. 기술을 중시하고 수익보다는 성장을 앞세우는 온라인 기업과 콘텐츠를 중시하고 성장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오프라인 기업의 시너지는 이제부터 본격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낙관론에 의지하고 있는 바가 크다는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고 보면 결국 AOL타임워너는 기존 사업부문들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내실을 기해나갈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가장 큰 셈이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