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모바일 정책 대전환

◆최성호 경기대 경제학과 교수 finechoi82@joins.com

 

 지난해 우리경제를 되돌아보면 정보기술(IT)산업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진 반면 이를 대체할 신산업이 뚜렷하게 부각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IT산업에 있어서도 미국·일본 등의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닷컴’이나 ‘벤처’ 거품이 걷히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소비시장이 포화상태에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IT산업 전반에 걸친 이같은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도 꾸준하게 선전을 보인 분야는 역시 모바일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외 주요 기업의 CEO들은 2003년 정보화의 화두를 모바일이라고 예측하고 있으며 삼성경제연구소는 모바일이 IT산업뿐 아니라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모바일산업은 한국산업이 역사상 최초로 세계의 기술발전을 선도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CDMA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고 2.5세대 서비스를 이미 개시했으며 3세대 네트워크 상용화를 주도하고 있는 등 고도화된 모바일 인프라를 보유하면서 세계 최첨단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동통신단말기에 있어서도 삼성전자가 세계 3위, LG전자가 세계 6위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등 하드웨어 기술의 80% 이상을 국산화했다. 소프트웨어를 거의 해외에 의존하던 유선인터넷 시장과는 달리 콘텐츠나 소프트웨어도 대부분 국산화했으며 일부 솔루션과 콘텐츠 기업은 국내의 성공적인 브라우저 서비스의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솔루션과 콘텐츠를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의 인터넷과 같이 비약적 발전의 초기국면에 있는 모바일산업에서 한국기업이 글로벌시장을 선점하고 21세기 산업의 정보화와 세계화 전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첫째, 수요 측면에서 국내 모바일 시장은 단순한 B2C형태인 소비·오락 위주의 상품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주로 인포테인먼트(infortainment) 부문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소비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서비스를 보면 단문메시지, 벨소리와 캐릭터 다운로드, 게임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에 비해 세계 일류의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실을 수확할 수 있는 기업경영의 모바일 비즈니스 도입은 상대적으로 부진하다. 모바일 비즈니스의 도입이 지연되고 있는 요인으로 꼽히는 성공사례 부족이나 최고경영진의 마인드 부족을 극복할 수 있도록 정부는 산업별 경제단체와 협조해 모바일 혁신을 위한 산업별 비전을 제시하고 시범사업을 선정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점에서 모바일 비즈니스의 산업전반 확산을 담당해야 할 산자부는 모바일 인프라의 효율성을 높일 책무를 가진 정통부와 긴밀히 협조해야 한다. 특히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모바일산업의 글로벌리더 부상을 위해 양 부처의 협력과 관계부처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하겠다.

 둘째, 이동통신 네트워크 기업중심의 산업구조와 규제위주의 정책이다. 이동통신 시장을 3사가 과점하고 있으며 SK텔레콤이 50%의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망개망은 진행속도가 매우 더디다. 이러한 시장구조는 이동통신 3사가 모바일 인터넷 표준화를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등의 문제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의 모바일 결제시스템의 표준화 논의에서도 보듯이 기존 규제위주의 정보통신정책적 접근은 이러한 움직임을 뒷받침하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여 상당히 우려된다.

 모바일 비즈니스는 제조업과 서비스산업 그리고 정보통신 기술의 융합이다. 따라서 국민경제 차원의 효율적 자원배분을 위한 정보통신정책과 산업정책의 조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이러한 점에서 산업육성과 경쟁촉진의 경험을 바탕으로 산업정책 부처의 더욱 적극적인 정책대응이 요구된다.

 신년을 맞아 무선인터넷에 기반을 둔 모바일 비즈니스가 IT산업의 불황 속에서 새로운 성장의 불꽃이 되어줄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를 짊어지고 있는 제조업이 모바일 비즈니스의 도입을 통해 효율성을 제고하고 한국경제의 국제경쟁력을 키워나가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