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IT구상이 실행이 없는 헛된 말에 그칠 것 같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보통신 일등 국가’를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IT정책 구상이 새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노 당선자는 선거기간에 IT와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튼튼한 나라, 잘사는 나라, 따뜻한 나라, 우뚝 선 나라를 만드는 데 혼신을 다해 세계를 선도하는 디지털 정보강국을 만들어 가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특히 각 부처에 산재한 IT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청와대에 IT수석을 두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노 당선자는 인수위를 구성해 국정과제를 수립하면서 막상 IT에 정통한 전문가를 위원으로 위촉하지 않아 몇년내 한국을 디지털 정보강국으로 만들겠다는 공약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인수위측이 밝힌 10대 국정과제에 별도의 IT관련 비전이 포함되지 않았으며 실천계획을 세워나가는 과정에서도 IT관련 계획이 구체적으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IT산업 발전에 대한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정보화를 비롯한 IT정책을 범정부 차원에서 조율하기 위해 IT수석을 신설하겠다는 공약도 비서실 기능을 현재보다 축소한다는 인수위 방침에 따라 백지화될 모양이다. 인수위는 IT수석 신설에 대신해 비서실내에 IT정책을 보좌할 비서관이나 태스크포스를 두는 방안을 장기적인 과제로 검토중이라고 한다. 이것도 여의치 않으면 국무총리 산하 국무조정실에 강력한 힘을 부여해 IT정책을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인수위가 검토하고 있는 IT비서관제 도입은 정부 의사결정 구조로 봐서 IT정책 조정기능을 수행하기 힘들고, 국무조정실에서 IT정책을 조율하는 방안도 현행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안이라고 보기 어렵다.
사실 당선자가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정치개혁, 동북아 경제 중심 국가 건설, 과학기술 중심 사회 구축, 교육개혁과 지식문화 강국 실현 등 어느 것 하나 쉽게 다룰 수 있는 안건이 아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화급을 다투는 중요한 현안들이다. 물론 이러한 점에서 인수위측의 입장은 이해가 간다. 다급한 현안을 제쳐둔 채 다른 분야보다 잘 되고 있는 IT분야를 별도의 국정과제로 선정해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IT산업은 다른 산업의 전후방 효과가 크다. 경기불황을 극복하는 성장엔진으로서의 역할도 중요하다. 따라서 IT산업정책은 다른 산업정책에 비해 중요하게 다루어야 한다. 당선자가 선거기간 IT수석 신설을 공약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고 본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직 인수위가 이처럼 IT정책을 소홀하게 다룬다면 몇년내 한국을 디지털강국으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IT구상은 애당초 공염불로 끝날 공산이 크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인수위는 현재로선 IT산업 육성정책을 1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키기 어렵겠지만 디지털정보강국을 건설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수립해 나간다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또 노무현 당선자가 의욕적으로 제시한 IT수석 신설 공약도 현실적으로 실천하기 어렵다고 보면 차선책이라도 찾아야 한다. 특히 새 정부 들어서 각 부처의 IT산업 육성정책이 쏟아질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 청와대에 1급 비서관을 두고 각 부처 기획관리실장을 CIO로 하는 협의회를 구성해 IT산업정책을 조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