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6년에 제작된 공상과학 영화 ‘환상 여행’(Fantastic Voyage)에는 초소형 잠수함이 사람의 혈관 속을 돌아다니며 탐험한다는 꿈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늘날의 디지털기술 발전 속도를 볼때 언젠가는 이같은 공상영화가 현실로 다가 올 날이 결코 멀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많고 많은 신기술 중 앞으로 우리의 생활을 확 바꿀 ‘차세대 신기술’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이와 관련, 세계적 시장 조사기관 IDC는 미국의 유명 대학 연구소와 국립연구소 등에 자문, 우리의 미래 생활 풍속도를 바꿀 9가지 신기술을 제시했다.
스마트 더스트(smart dust)·릴리 패드(lily pads)·랫보트(ratbots) 등….
아직까지 이름도 생소한 이들 기술이 언젠가는 오늘날의 마이크로프로세서나 마우스처럼 중요한 의미를 지닐 날이 올 것이라고 IDC는 설명했다. 다음은 9가지 기술들이다.
◇스마트 더스트=고성능의 매우 작은 센서로 크기는 지우개 머리만하다.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의 크리스 피스터 교수가 처음 용어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물류·모니터링 등에 사용될 전망이다. 센서에 고도의 지능을 갖춘 형태인 스마트 더스트 기술은 호주의 한 회사가 휠 베어링의 노화 지점 파악에 사용하고 있는 등 제한적이지만 일부 활용되고 있다.
◇랫보트=생물체간 또는 컴퓨터간에 정보를 주고 받을 목적으로 개발되는 기술이다. 이는 ‘랫보트’라는 자그만한 쥐가 입고 있는 ‘전자 백패드’와 쥐의 뇌에 이식된 ‘센서’의 두 장치로 이루어져 있다. 뇌에 있는 센서가 포착한 신호들은 백패드로 전달된다. 리딩대학의 케빈 워윅 교수의 경우 정보를 컴퓨터에 보내기 위해 자신의 팔에 칩을 이식하는 실험을 하고도 있다.
◇나노튜브(nanotube)=초강력 빛을 발하는 나노튜브는 차세대 꿈의 소재 중 한가지로 컴퓨터 회로나 평판 패널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된다. 만일 나노튜브를 섬유에 활용할 경우 강철 무게의 6분의 1, 그리고 강도는 강철보다 100배나 되는 ‘울트라 섬유’를 만들 수도 있다.
◇시만틱 웹(Semantic Web)=현재의 웹이 한단계 진화한 것. 시만틱 웹은 단순히 사용된 단어를 찾아 주는 것뿐 아니라 그 단어의 의미까지도 분석(semantic)해 주는 차세대 웹이다.
◇나노 머신(nano machines)=나노(10억분의 1미터)급의 크기를 갖는 각종 첨단 기기로 특히 의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즉 사람 몸속에 들어가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질병이 있는 곳을 포착해 의사에게 알릴 수 있다. ‘환상 여행’에 나오는 잠수함도 나노 머신의 일종이다.
◇퀀텀 컴퓨팅(quantum computing)=양자(quantum)컴퓨팅으로 번역되며 슈퍼 컴퓨터가 몇 백만년이 돼도 풀지 못할 어려운 연산을 짧은 시간에 해 낼 것으로 기대되는 ‘슈퍼컴퓨터 중 슈퍼컴퓨터’다.
◇플라스틱 트랜지스터(plastic transistors)=부드럽고 얇은 플라스틱 시트에 유기광소자와 트랜지스터를 붙인 것으로 현재의 실리콘 트랜지스터에 비해 유연하게 구부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리드컴퓨팅=지리적으로 분산된 컴퓨터·대용량 저장장치·첨단 장비 등의 자원을 고속 네트워크로 연결, 상호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만일 PC를 그리드 방식으로 연결하면 슈퍼컴퓨터와 같은 성능을 낼 수 있다. 이 때문에 의학·천문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릴리 패드=무선 네트워크를 연계시키는 개념으로 IDC는 9가지 기술중 상용화 발걸음이 가장 더딜 것으로 내다봤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