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세계 IT 산업](7)`홈서버` 패권은?

 ‘TV와 PC의 뒤를 이을 안방의 핵심 첨단기기는 홈서버(Home Server).’

 차세대 세계 정보기술(IT)산업 격전장인 홈서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올한 해 한·미·일 IT기업들이 신발끈을 단단히 조여 매고 있다. 미래 가정의 핵심기기로 급부상중인 홈 서버는 컴퓨터·개인휴대단말기(PDA:Personal Digital Assistant)·TV·오디오 등 가정의 모든 정보기기와 가전기기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은 것이다. 밖으로는 초고속인터넷과 연결, 외부에서 안방의 전자제품을 작동케 하는 등 다양한 ‘마술’도 부릴 수 있다.

 월가 등 시장전문가들은 홈 서버 수요가 급증해 향후 수년내에는 모든 가정마다 고성능 대용량의 홈 서버를 하나씩은 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컴퓨터·가전·통신 등 내로라 하는 IT업체들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이 중 특히 세계 IT시장의 양대산맥인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일본 소니의 행보가 두드러지고 있다.

 MS와 소니의 경쟁은 홈서버의 핵심기기로 PC와 TV 중 어느것이 적합한지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각각 PC(마이크로소프트)와 TV(소니) 진영을 대표하는 간판 기업이라는 데 더욱 호기심을 모으고 있다.

 개인용컴퓨터(PC)의 기본 운영소프트웨어인 ‘윈도’로 세계 PC시장을 석권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의 여세를 홈서버 분야로까지 확대하겠다며 맹렬히 진군하고 있다. 이 분야 맹주 자리를 위해 MS는 작년에 삼성전자·휴렛패커드(HP)와 같은 대형 IT기업들과 협력전선을 구축하는 등 동맹군 확보에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맞서 일본 간판 전자업체인 소니도 홈서버 시장에서만은 결코 MS에 뒤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소니는 노트북PC·디지털캠코더·오디오·디지털카메라·TV 등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자사의 정보기기 및 가전제품들을 네트워크화하는 방식으로 홈 서버 시장 패권을 차지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홈서버 분야에서 두 회사의 경쟁이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는 것은 가정용 비디오게임기 분야. MS와 소니는 각각 ‘X박스’와 ‘플레이스테이션2’(PS2)라는 가정용 비디오게임기를 내놓으면서 치열한 판촉전을 전개하고 있는데 판매량에 있어서는 소프트웨어(타이틀)가 압도적으로 많은 소니가 우세한 형편이다.

 하지만 MS의 ‘X박스’는 하드웨어 성능만으로 따지면 ‘PS2’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미래가 밝다. 여기에 MS는 계속해서 천문학적 투자를 X박스에 약속하고 있어 양사간 게임기 경쟁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MS가 막대한 출혈에도 불구하고 X박스에 지극 정성을 들이는 것은 X박스가 단순히 가정용게임기가 이니라 홈서버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니 역시 PS2를 ‘홈서버의 핵심 제품’이라고 선전하고 있는데 기존 PS2 게임기에 한두가지 모듈을 장착하면 좀더 다양한 형태 PS2를 활용할 수 있다고 소니측은 설명하고 있다.

 MS는 X박스 이외에도 작년말에는 오디오·비디오 기능을 대폭 향상시킨 PC용 운용체계 ‘윈도XP미디어센터 에디션’를 선보이는 등 홈서버의 핵심으로 PC를 적극 밀고 있다. MS는 “X박스와 마찬가지로 윈도XP미디어센터 PC가 홈네트워크의 초보적인 기능을 구현하는 등 홈서버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 윈도XP미디어센터를 내장한 PC(일명 미디어센터 PC)는 오락적 요소가 극대화돼 있으며 일반 가전제품처럼 리모트 컨트롤로 조작할 수 있다. 또 PC에서 TV프로그램을 녹화하거나 PC에서 행한 멀티미디어 작업을 TV모니터로도 볼 수 있다.

 소니는 작년 9월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소니 드림월드 2002’에서 홈 네트워크 및 서버 전략을 ‘코쿤’이라고 이름 붙이며 홈서버 관련 제품을 대거 선보이기도 했다. MS와 달리 홈서버의 주력 제품으로 TV를 강조하고 있는 소니는 최근 라스베이가스에서 열린 ‘2003년 가전 전시회’에서도 “미래의 브로드밴드 엔터테인먼트 중심은 PC가 아니라 TV가 될 것”이라고 선언하며 “점차 시장이 열리고 있는 홈서버 시장에서 소니가 정상업체로 군림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낸 바 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