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日産 가전 수입급증 경계해야

 수입선 다변화 품목에서 제외된 전자제품의 대일 수입이 급증하고 있는 최근 현상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대일 무역적자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이유에서만은 아니다. 일본 전자제품의 내수시장 잠식으로 우리 제품의 설 땅이 그만큼 좁아지고 결국에는 전자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 걱정된다.

 한국무역협회가 99년 수입선 다변화 대상에서 해제된 47개 품목의 대일 수입 추이를 분석한 결과 일부 전자제품의 수입이 지나치게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제품별로 보면 캠코더 수입은 해제 직전인 98년 81만3000달러에서 작년에는 11월 현재 1억9720만2000달러로 243배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25인치 이상 컬러TV는 47만3000달러에서 3534만6000달러로 75배 늘어났다. VCR 수입도 101만5000달러에서 1166만2000달러로 11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이들 품목의 대일 수입 비중도 크게 늘어 캠코더는 53.9%에서 85.7%로 높아졌으며 컬러TV는 8.0%에서 48.9%로, VCR의 경우 8.6%에서 68.9%로 각각 상승했다.

 작년과 2001년 동아시아의 일본 투자기업을 통한 우회수입이 크게 늘어난 점을 감안할 때 해제품목의 실제 대일 수입은 이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게 무역협회의 분석이다. 일본산 제품의 한국시장 침투력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국산 제품의 존립기반이 크게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물론 무역장벽이 철폐되고 외자유치가 적극 장려되는 최근의 추세를 감안한다면 일본 제품의 수입급증을 정면으로 비난할 일은 아니라 하겠다. 일본 제품이라고 해서 다른 나라에 비해 차별적으로 수입을 규제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그래서 정부는 지난 99년에 78년부터 시행해오던 수입선 다변화 제도를 폐지했던 것이다.

 하지만 특정국의 특정 상품이 국내시장을 지배하고, 그로 인해 국내 기존 업체들이 위기를 맞게 되는 것 또한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이다. 더구나 일본과 무역거래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입선 다변화 해제 품목의 수입 급증은 재고해야 할 일이다.

 시장경제체제하에서 소비생활 또한 전적으로 개인의 판단에 맡겨둘 일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다변화 해제 전자제품의 수입급증 현상이 대일 무역적자를 심화시키고, 내수산업 기반을 침식하며 경제 전체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친다면 마냥 방치해서 될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수입선 다변화 제도를 다시 도입할 형편도 아니다. 수입선 다변화 제도를 폐지함으로써 대일 수입제한 조치를 없애버린 정부로선 직접 나서서 할 만한 행정적 수단이 별로 없다.

 현재로서 가장 중요한 일은 소비자 스스로 자신이 서 있는 경제기반까지 무너뜨리는 일이 없도록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설계하는 것이다. 특히 일산 전자제품이면 ‘무조건 좋다’는 맹목적인 소비자세가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

 이와 함께 우리 기업들은 가격이나 품질 면에서 일본 제품을 능가하는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 온갖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만 소비자들이 일본 제품 대신 국산품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기업 소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일본산 전자제품의 수입을 줄여나가는 방안을 연구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