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세계적으로 약 10억명이 들고 다니는 휴대폰의 용도가 다양해지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일본과 유럽 각 국의 청소년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끈 단문베시징서비스(SMS)에 이어 인터넷 검색과 사진전송·영상전화 등의 서비스들이 최근 선진국에서 속속 선보여 휴대폰 가입자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휴대폰이 더욱 위력을 발휘하는 곳은 뜻밖에도 일반전화도 구경하기 어려운 후진국이다. 특히 국민소득이 380달러에 불과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방글라데시의 농촌에서는 최근 휴대폰을 빌려주는 신종사업이 등장해 큰 인기를 끌면서 빈곤퇴치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소액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그라민은행이 빌려주는 휴대폰(모델명 GSM900·사진)을 들고 다니며 농민 등을 대상으로 전화서비스사업을 제공하는 여 사장(그라민 폰 레이디)들이 무려 5만명에 달한다. 이에 따라 방글라데시 국민은 최근 누구나 가정 및 가게를 방문해 휴대폰을 빌려주는 이들 덕분에 멀리 떨어진 친척에게 소식을 전하고 급한 환자가 있을 때도 빨리 병원에 연락할 수 있다.
더욱이 방글라데시는 통신기반 시설이 낙후돼 일반전화 보급률(약 5%)이 극히 낮은 데다 국민 중에 사우디아라비아나 말레이시아 등 외국에 나가 일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휴대폰을 빌려주는 사업은 의외로 수익성이 매우 높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이에 따라 ‘그라민 폰 레이디’들은 방글라데시 평균국민소득(약 380달러)의 2배가 넘는 연간 1000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사업은 여성만이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편 지난 76년 설립된 그라민은행은 가난한 사람(95%가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소액신용대출을 통해 대형은행으로 성장했다. 그라민은행은 지난 97년부터 시작한 휴대폰 임대사업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자 올해부터 휴대폰으로 SMS를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새롭게 선보였다.
그라민은행은 또 최근 미르자푸 등 2곳의 시골마을에 컴퓨터센터를 세워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컴퓨터와 인터넷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본사에 설치된 전산망을 이용해 무선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방글라데시 국민에게 정보기술(IT)을 확산시키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방글라데시 농민들이 급할 때 찾는 임대휴대폰사업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