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프라이즈부·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
올해 네트워크업계 최대 이슈는 단연 VDSL이다.
통신사업자들의 투자확대로 연간 4000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장비업체들은 앞다퉈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으며 주식시장에서는 VDSL장비 업체들의 성장성이 부각되면서 주가가 크게 치솟고 있다. 연초부터 VDSL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VDSL은 침체된 네트워크시장의 활력소가 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VDSL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장비업체에 모두 매출확대와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네트워크장비 시장의 특성상 VDSL 장비의 수요가 크게 늘어난다 해도 실질적으로 튼실한 과실을 챙길 수 있는 업체는 많아야 4, 5개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들어 VDSL시장에 진출하는 업체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고질적인 저가수주 경쟁의 병폐가 우려되는 점을 감안한다면 과연 VDSL 사업이 장비업체들에 얼마나 매력적일 수 있는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제대로된 사업계획도 없이 VDSL 시장에 뛰어드는 장비업체가 줄을 잇고 있으며 VDSL사업을 하는 업체라고 하면 앞뒤가리지 않고 그 회사의 주식을 사들이는 투자자가 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더욱이 VDSL 장비 하나를 출시했다는 이유로 특정 업체의 주가가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는 현상마저 나타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올해 본격적인 개화기를 맞고 있는 VDSL 시장은 그동안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어온 네트워크장비업체들에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이같은 시나리오는 그동안 충분히 VDSL사업을 준비해 치열한 시장경쟁을 뚫는 업체들에만 해당되는 얘기일 뿐이다.
결국 그렇지 못한 회사들과 그 회사에 ‘묻지마 투자’를 했던 투자자들은 VDSL이란 신기루에 속아 쓰디쓴 아픔을 맛보게 될 것이다. 냉철한 상황판단이 요구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