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Big Bang)의 도화선은 보안표준!’
올해 세계 정보기술(IT) 시장성장 엔진으로는 단연 ‘무선(wireless)’이 꼽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특히 ‘802.11b(일명 와이파이)’를 축으로 한 무선랜이 그동안의 보안문제를 해결하고 통신업계 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가트너그룹은 지난해 말 현재 세계 와이파이 이용자 수가 1600만명에 달하고 있고 인스탯/MDR는 세계 와이파이 노드 출하량이 올해 600만에서 오는 2006년에는 3300만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와이파이협회의 경우 와이파이 시장이 올해부터 오는 2006년까지 연 20%씩 신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같은 성장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보안문제가 극복돼야 한다는 게 중론이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주파수 간섭’이 와이파이 확산의 가장 심각한 장애물로 지적됐다. 미 국방부가 호텔과 커피숍·공항 등 공공장소에 설치된 와이파이 장비가 국방부 레이더들과 주파수 간섭현상을 일으켜 국가보안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아직까지는 안테나 조정 등 통신환경 조정을 통해 주파수 간섭 문제를 피할 수 있지만 단일 업체가 각종 네트워크들을 중앙에서 통제하지 않는 한 통신기기 이용 증가에 따른 주파수 조정 문제는 앞으로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주파수 대역을 이동시켜주는 ‘스마트’ 무선인터넷 장비를 설치해 방지할 수 있는 것으로 판명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와이파이 앞에는 장밋빛 앞날만 존재하는 것일까. 물론 아니다.
최근 들어 와이파이 확산을 가로막는 심각한 문제로 ‘보안’이 급부상했다. 와이파이와 같은 무선 네트워크는 유선에 비해 각종 침입에 훨씬 취약하다. 유선 네트워크에 돌아다니는 정보를 도청하려면 일반적으로 해당 통신회선을 찾아 정보도청 장치를 물리적으로 접속시키거나 인터넷 보안 방화벽 같은 것을 부수고 들어가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반면 무선 네트워크의 경우 수백피트를 공중에서 이동하는 데이터신호를 빼내기가 유선보다 훨씬 쉬워 데이터 이동공간에 가까이 가기만 하면 데이터를 도청할 수 있다.
와이파이 역시 반경 300피트 안에서 고속의 무선 네트워크 접속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운영자의 허가없이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등 보안에 한계를 드러냈다. 무선이더넷호환성연맹(WECA)의 관계자는 “와이파이 등 무선표준의 암호화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개인정보가 도청당한다”며 와이파이도 가상사설망(VPN)과 같은 각종 조치로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같은 요구에 부응, 와이파이협회는 지난해 말 WPA(WiFi Protected Access)를 발표했다. WPA는 ‘TKIP(Temporal Key Integrity Protocol)’를 기반으로 기존 유선에서 사용중인 WEP(Wired Equivalent Privacy Protocol)의 문제점을 개선했다. 즉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데이터를 보낼 때 암호화된 정보의 키를 공유해 보안성이 낮았던 기존 WEP와 달리 이미 한번 개선된 알고리듬을 활용해 훼손이 없도록 키를 보호해준다. 또 키 관리수준이 높기 때문에 접속을 위해서는 네트워크 운용자의 승인이 필수적이다. 이밖에 WPA는 ‘MAC(Medium Access Control) 주소’라 불리는 하드웨어 시리얼 넘버의 도용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업체들이 채택할 것인지에 대한 불안감 반, 기대 반 상황이 발생했다. 하지만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인터실·프록심 등이 앞다퉈 WPA의 채택의사를 밝혔다. 올해는 더 많은 업체들이 대기하고 있다. 와이파이 시장 비상은 바야흐로 시간만 남았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