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기 위축과 환율하락(원화가치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출시장에 적신호가 켜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규제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2년 3월 미국이 철강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을 발동한 이후 대미 철강수출이 전년대비 23.1% 감소했고, EU와 중국의 철강 세이프가드 조치로 EU 및 중국 수출이 각각 18.3%와 7.6% 줄어들었던 것처럼 수입규제조치가 수출과 직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걱정되는 상황이라 아니할 수 없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그동안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 나타났던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규제 강화조치가 선·후진국 모두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조사결과에서 나타났듯이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규제는 미국이 23건으로 가장 많고 인도(22건), 중국(16건), EU(13건)가 그 뒤를 잇고 있다. 특히 2002년 제기된 신규제소(24건)의 66%(16건)가 개도국으로부터 피소된 건수라는 점은 간과해서는 안될 문제라고 본다.
이번에 KOTRA가 발표한 ‘2002년 수입규제 동향 및 2003년 전망’에 나타났듯이 작년 말 현재 우리나라가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19개국으로부터 받은 수입규제는 반덤핑 106건, 반덤핑·상계관세 5건, 상계관세 2건, 세이프가드 조치 15건 등 총 128건에 이르고 있다. 물론 주류를 이루는 것은 약 83%를 차지하는 반덤핑이다. 이는 우리의 수출이 아직도 가격경쟁력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한국 제품에 대한 수입규제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목전으로 다가온 것만 해도 국산 D램에 대한 미국과 EU의 상계관세 부과, EU의 폐차처리지침 시행 여부, 일부 동남아국가의 중고승합차 수입금지 조치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뿐만 아니라 환경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등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진입장벽을 높이는 사례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 EU가 소각되거나 매립되지 않은 폐전기·전자제품을 생산자가 일정비율 회수해 재활용하도록 의무화한 WEEE(Waste Electrical and Electronic Equipment) 처리지침을 채택하는 등 이런 저런 규제로 인해 국내 기업이 입게 될 피해는 실로 엄청나다.
우리가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통상은 일종의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군가 파이를 더 많이 가져가면 다른 사람은 덜 먹어야 한다. 통상마찰이 철강 등 산업분야는 물론 지적재산권과 관세 및 특소세 등으로 확대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러한 수입규제 움직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교역환경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수입규제를 사전에 예방하고 장기적으로는 산업구조 개편을 통해 수출산업을 고도화, 고부가가치화해야 한다.
수출시장 다변화도 시급한 과제라고 본다. 미국 일변도인 수출시장을 중국·중동·중남미 등으로 다변화하고, 삼성의 이동전화와 LG의 액정표시장치(LCD) 모니터와 같이 자체 브랜드 및 고유 디자인 개발에 주력해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세계 각국의 통상압력에 대처할 수 있는 민·관 합동의 수입규제 대책단 마련 등 무역 전문인력 양성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