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SK텔레콤의 `촌극`

◆김규태기자 IT산업부 star@etnews.co.kr

 21일 오전 11시 40분. SK텔레콤이 SKIMT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비동기식(WCDMA) IMT2000 장비 우선협상대상자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선정됐다는 내용이다.

 오후 1시경.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배포한 보도자료가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이 돌기 시작했다. 확인을 위해 SKIMT측과 통화를 시도했다. SKIMT측은 보도자료가 사내 의사소통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유포된 것으로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오후 3시. SK텔레콤 홍보실에서 연락이 왔다. 내부적으로 혼선이 있었을 뿐이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된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또한 보도자료에는 없는 새로운 내용이 추가됐다. 외산장비업체인 노텔네트웍스가 ‘예비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것이다.

 이는 21일 하루동안 국내 최대 이동통신회사인 SK텔레콤이 벌인 촌극이다. 자신이 배포한 공식자료를 실무사업부에서 뒤집고, 이것이 문제되자 뒤늦게 수습에 나서는 등 한편의 ‘시트콤’을 연출한 것이다. 이동통신서비스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켜 준다는 통신회사가 내부의 의사소통도 원만하게 이루지 못한 것이다.

 더욱이 SK텔레콤은 CRC라는 분야를 신설해 대외관계 기능을 강화한다고 조직개편을 한 바 있어 이번 해프닝이 더욱 어이없게 받아들여진다.

 사실 SK텔레콤과 관계사간 내부문제야 하나의 ‘가십’거리에 불과하다. 정말 심각한 문제는 최대의 이동전화사업자로 한국을 대표한다는 SK텔레콤이 일을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하는 바람에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게 됐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말 1차 주장비업체 벤치마크테스트(BMT)를 완료하고도 결과 발표를 차일피일 미뤄오면서 일처리가 불투명하다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 갈등 모습이 고스란히 노출됨에 따라 SK텔레콤과 한국의 통신시장이 정말로 불투명하다는 이미지를 떠앉을지 모른다.

 우리나라의 IMT2000 장비공급업체 선정은 세계에서 거의 최초라는 점과 국내시장이 3세대 기술의 경연장이 된다는 측면에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아왔다. SK텔레콤이 발표 과정에서 삼류들이나 벌일 듯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통신강국의 이미지를 흐리지 않을까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