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사용하지 않는 PC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슈퍼컴퍼터에 버금가는 성능을 내게 하는 분산컴퓨팅 기술이 점차 각광받고 있다. 한 컴퓨터업체의 슈퍼컴퓨터.
“비싼 슈퍼컴퓨터는 앞으로 사라질 것이다.”
새로운 컴퓨터 연산 시스템으로 주목 받고 있는 ‘분산 컴퓨팅(distributed Computing)’이 전성기를 향해 점차 속도를 높이고 있다. ‘공유(shared) 컴퓨팅’이라고도 불리는 분산컴퓨팅은 일시적으로로 사용하지 않는 수십∼수만대의 PC들을 네트워크로 연결, 슈퍼컴퓨터에 버금가는 막대한 컴퓨팅 파워를 내는 제품 및 기술이다.
천문·의학·군사 등 비교적 많은 컴퓨팅 파워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는데 특히 암이나 탄저병 치료제 같은 의학분야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비용 절감 효과가 높다고 알려지면서 점차 용도가 넓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내로라 하는 IT업체들은 이의 과실을 먼저 따먹기 위해 워밍업이 한창이다.
미국의 유명한 제약업체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는 분산컴퓨팅 기술 도입으로 비용을 절감한 대표적 사례다.
이 회사 전산책임자 리처드 비사는 “낮에는 주로 전자우편을 주고 받거나 웹서핑 및 일반 사무 업무를 처리하는 PC가 저녁이 되면 슈퍼컴퓨터에 버금가는 ‘마법’을 부린다”고 자랑하며 “회사 전체에 분산컴퓨팅 기술을 도입해 엄청난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었다”고 강조했다.
스위스 의약업체 노바르티스도 분산컴퓨팅으로 혜택을 보고 있는 업체다. 이 회사는 2700개의 자사 PC를 분산소프트웨어를 사용해서 알츠하이머 같은 유전자 질병을 연구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유전자 질병 연구에 엄청나게 비싼 슈퍼컴퓨터를 사용해야 했는데 노바르티스의 한 전산시스템 관계자는 “분산컴퓨팅 소프트웨어 구매 및 설치 비용으로 40만달러가 들어갔지만 대신에 연간 200만달러 정도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 전문가들은 컴퓨터 시장에서 분산컴퓨팅이 주류로 정착하려면 적어도 5년 이상은 걸릴 것이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상용화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실제 세계 IT시장의 새 화두로 부상하고 있는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IBM·마이크로소프트·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 메이저 컴퓨터업체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e비즈니스라는 개념을 창안한 컴퓨터 대가 IBM의 블라다우스키 버거 부사장은 “분산컴퓨팅은 차세대 IT 시장의 빅뱅”이라고 역설하며 “이 기술이 앞으로 IBM의 성장을 견인 할 차세대 분야”라고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글로버스 프로젝트’(Globus Project)라 불리는 분산컴퓨팅 연구 단체에 100만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은 ‘보험’ 차원에서 분산컴퓨팅 소프트웨어 일부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델컴퓨터도 점차 분산컴퓨팅 분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미 4위 PC업체인 게이트웨이의 경우 고객을 위해 매장에 설치한 실습용 PC의 프로세서 파워를 돈을 받고 빌려주고 있다.
분산컴퓨팅의 특징 중 하나는 컴퓨팅 파워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전세계에 컴퓨팅 파워가 분산된 투자은행 JP모건은 컴퓨팅 파워의 이러한 장점을 이용해 새로운 전산망을 구축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모건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부서와 해외 사무실이 각자 자체 서버를 가지고 있어 타부서 서버에 접속할 수 없는 형편”이라며 “하지만 분산컴퓨팅 소프트웨어를 도입해 전세계 모든 곳의 컴퓨터를 서로 접속하게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유수 연구소에서도 분산컴퓨팅 연구에 두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퍼듀대학에서는 테러리스트 공격에 대처할 수 있는 가상의 도시 모형 구축에 이 기술을 사용, 성과를 내고 있는데 한 담당자는 “이 과정이 너무 복잡해 기존의 슈퍼컴퓨터로는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휴스턴대학도 휴스턴을 보다 안개가 적은 도시로 만드는 연구에 분산컴퓨팅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분산컴퓨팅 분야 선구자로 알려진 시카고대학 아이언 포스터 교수는 “분산 컴퓨팅은 시장 잠재력이 막대하다”며 “보다 안전하고 안정화된 제품을 만드는 업체가 큰 돈을 벌며 승자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