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파일교환(P2P)을 둘러싸고 미국에서 저작권자들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한 판결이 나왔다.
블룸버그·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지방법원이 자국 제2위의 인터넷서비스업체(ISP) 버라이존커뮤니케이션스에 대해 P2P 서비스인 카자(KaZaA)를 이용, 다량의 음악파일을 교환하는 고객들의 정보를 미국 음악산업협회(RIAA)에 고지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지방법원 존 베이츠 판사는 “디지털 시대를 맞아 인터넷을 이용한 불법복제가 횡행하고 있지만 저작권자들의 창작에 대한 투자는 보호받아야 한다”며 “RIAA 등 저작권자들은 지난 98년 제정된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DMCA)’에 의거해 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RIAA측은 하루 600곡 이상을 전송하는 버라이존 가입자들의 숫자로 된 인터넷 IP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이번 판결로 RIAA 등 저작권 소유자들은 P2P 차단에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게 됐다. 그동안 RIAA 등 음반·엔터테인먼트 업계는 “P2P로 인해 업계가 입는 손실이 연 4억달러에 달한다”며 P2P를 막아줄 것을 법원에 요구해왔다.
이번 판결은 대표적인 P2P서비스인 카자를 겨냥하고 있지만 향후 판결이 P2P 업계 전체로 확대될 것으로 보여 업계의 위축이 점쳐지고 있다. 특히 개인사용자에 대한 저작권법 위반 소송으로 나아갈 가능성마저 있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대해 버라이존측은 “이번 판결은 합당한 이유없이 고객들의 정보를 외부에 노출시킬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버라이존의 관계자는 “P2P를 이용해 전송된 데이터는 네트워크가 아닌 사용자의 컴퓨터에 저장돼 있기 때문에 ISP에게 고객 정보를 요청하는 것은 비합리적 처사”라면서 저작권자측의 요구로 네티즌들의 정보를 공개할 경우 네티즌들로부터 소송을 당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버라이존측은 항소를 계획하고 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시민단체들도 “기업의 편의 때문에 개인의 자유가 침해받아서는 안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퍼블릭놀리지의 기기 손 회장은 “수십만 네티즌들의 개인정보가 위협을 받고 있다”면서 “이번 판결을 계기로 개인정보 보호 마인드는 계속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