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중국을 제대로 알자

◆박광선 논설위원 kspark@etnews.co.kr

 

 중국은 세계 경제의 마지막 보루다.

 13억 인구의 거대한 내수시장과 국내총생산(GDP)의 40%에 달하는 높은 민간저축률, 그리고 값싼 노동력과 풍부한 자연자원 등 향후 100년간 세계시장을 이끌어갈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우리가 중국을 구매의 전초기지 또는 21세기 마지막 시장이라고 부르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지난해 GDP 10조위안, 외국인 직접투자(FDI) 500억달러, 무역규모 6000억달러를 돌파한 중국은 결코 만만하게 접근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지구촌 모든 기업이 중국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지만 만리장성이라는 거대한 벽에 막혀 눈물을 흘리면서 돌아선 기업이 부지기수다.

 물론 우리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의 개혁·개방에 편승하기 위해 이루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수많은 기업이 문을 두드렸지만 성공한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중국시장의 다양성과 산업구조를 간과하고 ‘한 사람에게 하나씩만 팔아도 13억개’라는 단순계산으로 나선 대다수 기업이 실패라는 쓴 잔을 들었다.

 이들 기업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중국을 하나의 시장으로 보고 접근하는 것은 실패의 지름길이란 것이다. 소비문화와 지리적·경제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각 성을 하나의 국가로 보고 진출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중국 이통시장에서 부동의 1위인 모토로라가 이남지역에서는 노키아에 밀리고 있다. 이유는 품질이나 성능보다 미신 때문이다. 모토로라는 폴더형 휴대폰을, 노키아는 막대형 휴대폰을 출시하고 있는데 중국사람들은 접히는 것을 가게나 공장의 문을 닫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판매가 부진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이남에 있는 상당수 주택에 절(부처를 모시는 작은 공간)이 있는 것을 보면 이들의 생각을 이해할 만하다.

 물론 ‘관시(realtionship)’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나친 편견은 없애야 한다. 필요조건이기는 하나 충분조건은 아니며 하루 아침에 구축할 수도 없다. 중국을 단편적으로 알고 있는 기업들이 관시를 과신하면서 성공을 확신하는데 분명한 것은 관시보다 중요한 것이 중국을 제대로 아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삼성전자의 휴대폰과 LG전자 에어컨의 성공사례는 대 중국 진출의 길라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석 달치 월급과 맞먹을 정도로 고가인데도 갖고 싶어 안달하고, 일부에서는 삼성전자 애니콜을 부를 과시하는 척도로 생각할 정도라니 두 말할 나위없다.

 LG전자 에어컨도 마찬가지다. 화장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덥고 습도가 높기 때문에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에어컨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상하이에서 에어컨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초기 출혈을 감수하면서 승부를 건 AS전략이 맞아떨어지면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 것이다.

 중국은 역사상으로나 지정학적으로 우리와 숙명적 동반자 관계에 있다. 이처럼 엄청난 시장을 제대로 공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략과 대응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를 이해하는 것이다. 중국 소비자들은 교육 및 소득 수준에 있어 격차가 크며 600개 이상의 도시와 7개의 주요 방언이 있을 정도로 지역별로 차이가 심하다. 소비자의 기호도 지역별로 다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민관공동의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는 등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중국진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