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디지털 저작권 분쟁 휴전의 의미

 하이테크 업계 두개 단체와 음반산업계가 디지털 저작권 보호문제를 둘러싼 해묵은 갈등을 접고 이 분쟁을 과격하게 해결하는 새 법안 제정을 한 목소리로 반대했다.

 인텔, 마이크로소프트(MS), 델컴퓨터 등을 대표하는 업계단체와 미국음반산업협회(RIAA)는 디지털시대의 소비자권리와 저작권 소지자의 권리를 둘러싼 이해갈등을 해결하는 최선의 장소가 정부가 아닌 ‘시장’이라고 의견을 같이했다.

 음반산업은 미 의회가 저작권 보호장치 의무설치 요구를 자제해야 한다는 하이테크 업계의 주장을 받아들였으며 하이테크 회사들은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소비자들이 DVD 등 디지털제품의 개인적인 용도의 복제를 위해 저작권 보호조치를 우회하는 것을 합법화하는 방향으로 현행법을 개정해서는 안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이는 양측이 디지털 음악과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시간과 장소 상황을 둘러싸고 갈수록 치열해지는 분쟁에서 감정이 아닌 이성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노력의 결과다. 또 아울러 불법복제에 대한 기술적 해결대책을 의무화하려는 정부안을 적극 지지해온 영화산업계를 고립시킨 하이테크 산업계의 ‘쿠데타’라고도 할 수 있다.

 미국영화협회(MPAA) 회장인 잭 발렌티는 “영화협회는 디지털 저작권 보호분쟁의 당사자간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수년 동안 힘써 왔지만 관련 법개정을 포기할 뜻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발표문에서 “합리적인 모든 행동 대안이 고려 대상에서 배제돼선 안된다”고 역설했다.

 하이테크 업계의 최대 위협은 디지털 해적행위를 기술적으로 사전에 차단하는 조치를 의무화시킨 정부 새 입법안의 통과 가능성이었다. 영화산업계가 전폭 지지해온 이 법안은 지난해 미 상원에 상정됐다.

 반면 음반산업계는 음악공유 사이트를 통한 저작권 있는 음악의 불법복제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음반산업계는 소비자가 해적방지를 위한 기술적 보호조치를 우회해도 이를 합법화하도록 미 의회가 법을 개정할까 걱정하고 있다.

 음반업계와 하이테크 업계는 휴렛패커드(HP)와 인텔이 그랬듯이 양측의 연대구축을 반겼다. 인텔은 이날 양측의 발표를 음반회사와 기술 커뮤니티가 인터넷 불법복사를 막기 위해 공동노력할 수 있는 기회를 의미하는 중요한 돌파구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인텔의 홍보담당자 빌 캘더는 “이 문제에 대한 대중적인 정책논의를 하려면 업계간 대화가 선행돼야 한다”며 “이런 점에서 이번 합의는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비즈니스소프트웨어연맹(BSA)과 컴퓨터시스템정책프로젝트(Computer Systems Policy Project)는 불법복사 방지기술 의무설치 반대를 위해 이번주 새로운 연대구축을 발표하고 로비활동도 펼칠 계획이다. 그러나 RIAA 최고경영자(CEO)인 힐러리 로젠은 RIAA가 이 계획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권리 옹호자인 디지털컨슈머닷오그(DigitalConsumer.org)의 공동설립자 조 크라우스는 무단복제 방지기술 설치 의무화를 규정하고 있는 정부안에 대한 이들 단체의 반대합의를 반기면서도 디지털시대에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양측 합의내용 중에 어떤 것도 저작권보호와 소비자의 이른바 ‘공정한 사용권’의 올바른 균형을 잡기 위한 입법의 필요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며 “이들의 합의 내용을 개인적으로 판단하건대 소비자 권리보호를 위한 입법의 필요성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