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자일링스 성공비결은 `사람 중시`

 직원을 돌보는 멋진 기업이 결국 정상에 오른다는 것이 자일링스의 믿음이다.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이 반도체 회사는 다른 반도체 기업이 비용 감축과 대량 해고를 단행했을 때 이 추세에 역행, 해고를 피했으며 이제는 그 같은 해고 회피 노력이 수익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이 회사는 맞춤형 반도체인 프로그래머블로직디바이스(PLD) 시장에서 자사 점유율이 이 부문의 경기침체가 시작됐을 때 35%에서 현재 50%로 늘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부분의 반도체 업체는 반도체 산업이 지난 2년여 동안 사상 최악의 하강세에 빠지는 바람에 매출이 감소하자 대량 해고와 공장 폐쇄를 단행했었다.

 자일링스의 경쟁사 알테라의 경우 2001년 6월 매출이 30% 급락하자 전직원의 7%인 152명을 해고했다. 자일링스는 같은 기간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해고는 최후의 수단이라는 불문율을 고수했다. 사원수가 2600명인 이 회사는 해고를 피할 수 있다면 반도체 경기가 회복될 때 경쟁사보다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으며 게다가 자사 직원의 4분의 3 정도가 미래의 제품을 연구하고 있어 해고는 오히려 경기회복을 지연시킬 것으로 판단했다.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 본사를 둔 자일링스는 불황이 닥쳐오자 손쉬운 대량 해고 대신 감봉 등 독창적인 비용감축 방안을 마련, 추진해 왔다.

 자일링스의 최고경영자(CEO)인 윌렘 윔 로랜츠는 “해고를 회피하고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감봉조치외에 직원들에게 안식년 휴가를 다녀오게 하고 근무 후 아르바이트를 하도록 권장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감봉은 로랜츠를 포함해 최고위직 20%에서 최하위직 0%까지 상후하박 방식으로 실시돼 사원들의 불만을 최대한 억제했다.

 자일링스는 플라즈마디스플레이, 데이터 저장장비 등 각종 기기에 쓰이는 자사 칩의 생산도 외부에 위탁했다. 이 회사 고정비는 다른 반도체 회사보다 적지만 생산량보다 신제품 설계로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자일링스는 이 같은 조치로 포천지의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에서 4위에 올랐으며 가장 힘든 시기에 오히려 직원들의 사기와 생산성을 높였다. 로랜츠는 “직원들은 해고 걱정이 없어 자신들의 직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자일링스의 신제품 개발담당 이사인 스티브 더글러스는 “회사의 해고 회피 노력으로 사원들의 팀워크가 강화됐다”며 “연구개발 같은 핵심부서 직원을 해고하지 않는 것이 장기적으로 사업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일링스 이직률이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낮은 편”이라며 “사원들의 애사심이 힘들 때나 편할 때나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자일링스는 해고 회피 노력이 사원들의 애사심 앙양뿐만 아니라 주주들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역설했다.

 로랜츠 CEO는 “해고를 회피한 기업이 경기침체 이후 더 좋은 실적을 올리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자일링스는 지난해 12월 22일 같은달 28일로 끝난 분기에 2001년 같은 분기대비 매출은 2억2810만달러에서 2억8270만달러로 늘어났으며 손실은 970만달러, 주당 3센트에서 340만달러, 주당 1센트로 줄었다고 밝혔다.

 여기서 주로 빈 사무실 및 지분 투자와 관련된 6290만달러의 비현금 감손비용을 제외하면 이 회사의 지난 분기 실적은 4320만달러, 주당 12센트의 흑자로 돌아서게 된다. 이는 당초 월가 분석가들의 예상치와 일치하는 실적이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