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통신 인프라` 필요성

◆구해우 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chairman@kifs.org

 

 이제 3월이면 노무현 새 정부가 들어설 것이다. 새 정부 앞에는 정치·경제·문화 등 사회 모든 분야에 걸친 개혁의 과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현재 한반도 정세를 고려하면 최우선적인 과제는 북핵문제를 포함한 남북관계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관계를 해결해나가는 데 있어서는 북핵문제를 포함한 정치·군사적 현안을 해결하는 것이 핵심이고 결정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대단히 복잡할 뿐만 아니라 해결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판단된다. 이 같은 환경에서 북핵 등 정치·군사적 문제를 협상하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가장 강력한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남북경협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북한은 현재 식량문제, 에너지문제, 그리고 정보기술산업 발전을 통한 경제 회생에 최우선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은 사안의 절박성으로 보면 식량문제, 에너지문제가 더 크지만 남북경협에 임하는 적극성을 볼 때 정보기술 분야의 남북경협에 대해 대단히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여러 정황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단적으로 북한의 남한인사 방북 비자건 처리과정을 보면 정보기술 분야의 경협추진 인사에 대해 대단히 개방적이고 적극적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정보기술 분야의 남북경협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핵심적인 관건이 정보통신 인프라의 구축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몇몇 벤처기업이 진행해온 정보기술 분야의 경협은 개척자적인 의미는 분명히 있지만 남북 전략적 차원의 정보기술 분야 경협으로 발전되기에는 많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제 정보기술 분야의 남북경협이 전략적 차원으로 발전해나가기 위해서는 이동통신과 인터넷망의 구축을 중심으로 한 통신인프라 구축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이동통신 분야의 현황을 검토해보면 현재 북한은 지난해 10월께부터 태국의 록슬리사와 함께 소위 유럽형인 GSM방식으로 이동통신 서비스를 나진, 선봉에 이어 평양, 남포지역까지 확대하였으며 올해는 신의주, 개성 등 대도시로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반면에 남한과는 작년 6월께 민관남북통신협상 대표단이 방북해 남북통신협력에 관한 기본합의를 한 뒤로 서해교전, 대통령선거, 북핵문제 등을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어지다가 2002년을 넘기고 말았다.

 앞으로의 전망은 3월 신정부 구성 이후 구체적 진전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여러 관계자들이 좀더 책임의식을 가지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만약 남북통신협상이 무산된다면 통일이후 기술표준 등의 문제로 인한 통일비용 증가 등은 대단히 우려할 만한 사태로 현실화될 것이다.

 다음으로 북한 인터넷망 사업의 현황을 검토해보면 현재는 북한 전체를 인트라넷망의 개념으로 전국 주요 도시와 주요기관 등을 연결하고 있으며 인터넷망으로의 접속은 대단히 제한적인 범위에서 허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남한과는 훈넷의 인터넷복권 사업과 연계된 사이트를 매개로 베이징을 통해 부분적으로 연결돼 있으나 접속용량은 대단히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북한은 아직까지 당국이 공식 승인한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해오지 않았으나 올해 3월부터는 북한당국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오픈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같은 조건에서 남과 북을 직접 연결하는 인터넷망을 구축하고 용량도 확대한다면 남과 북의 경제협력, 나아가 사회·문화분야의 교류협력에 획기적인 발전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사업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아직까지는 북한당국의 고민과 요구를 반영한 모니터링 시스템, 북한당국의 관리허용 등의 조건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지역적으로도 개성공업지구, 금강산관광지구 등에서부터 시범적으로 운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이 이동통신과 인터넷망분야의 남북협력이 이루어진다면 삼성 등 대기업과 하나프로그램센터 같은 벤처기업이 진행해왔던 정보기술 분야의 협력사업이 한단계 질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남북경제협력사업의 획기적인 활성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