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가전 업계가 포스트 DVD를 준비하고 나섰다.
현재 DVD 플레이어의 핵심 소자인 적색 레이저를 대체할 청자색 레이저 개발에 적극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니치아와 소니가 100㎽ 출력의 청자색 레이저를 공동개발해 현재 건설중인 새공장에서 올해말부터 생산에 들어갈 계획을 세워놓았으며 산요전기도 35㎽ 출력의 청자색 레이저를 개발해 오는 5월부터 견본 공급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밖에 샤프, 롬·크리 등도 올해말부터 청자색 레이저를 생산할 예정이다.
가전 업계는 그동안 DVD로 홈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톡톡히 재미를 보았다. 미 가전협회(CEA)에 따르면 미국 가정의 35% 이상에 DVD 플레이어가 보급됐으며 지난 한해에만 약 1700만대의 DVD 플레이어가 미국내에서 판매됐고 올해 이 수치는 1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전 업계가 이같은 성공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차세대 기술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고선명TV(HDTV) 시대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 현재의 DVD 포맷은 4.9Gb의 디지털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는 적색 레이저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같은 공간은 2시간 분량의 오디오와 비디오 콘텐츠에는 충분한 공간이지만 HDTV 신호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러나 적색 레이저보다 파장이 짧아 데이터 기록 밀도를 5배 이상 높일 수 있는 청자색 레이저라면 HDTV의 신호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 실제 청자색 레이저를 이용한 HD-DVD는 2시간 분량의 비디오 이미지를 현재의 DVD보다 2배 정도 높은 선명도로 저장할 수 있다. 게다가 덤으로 공DVD에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도록 해준다.
현재 청자색 레이저 기술은 여러 업계 단체가 표준안을 개발, 내놓고 있는데 그중 소니, 파이어니어, 톰슨 등이 포함된 업계 컨소시엄이 내놓은 블루레이 표준이 가장 진척이 빠른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전시회 등의 각종 행사에서 이미 수차례 선뵀다. 그러나 이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제조 장비와 공정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도시바와 NEC가 제안한 표준으로 블루레이와 비슷한 성능을 제공하지만 기존 제조공장에도 쉽사리 적용할 수 있는 AOD(Advanced Optical Disc)도 주목받고 있다.
현재 2가지 표준은 모두 차세대 DVD 플레이어에서 기존 적색 레이저 DVD를 재생할 수 있도록 ‘후위호환(backward compatible)’을 지원하지만 서로간에는 호환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단일 표준이 없거나 표준간 호환이 되지 않는다면 콘텐츠를 공급해줄 영화사들이 차세대 DVD 영화를 내놓는 것을 꺼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도쿄에 기반을 둔 업계표준 그룹인 DVD포럼은 곧 통합 표준을 결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톰슨미디어의 대변인인 데이비드 아랜드는 “으뜸 패는 할리우드가 가지고 있다”며 “블루레이의 성공을 위해서는 사전에 녹화된 다양한 영화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DVD 시장이 이제 성숙기로 접어들고 있는데 차세대 DVD에 대한 준비가 너무 이르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소니의 마케팅 이사인 조 스틴지아노도 “소비자들은 지난해 DVD 구매와 대여에 130억달러를 지출했다”며 “현재의 DVD가 3년 이상 큰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이같은 시각에 일부 동의했다.
그러나 HDTV 신호가 이미 전국적으로 방송되고 있는 일본의 가전 업체들은 여전히 청색 레이저 기술의 조기 확보와 마케팅에 분주하다. 일례로 소니는 올해말 블루레이 드라이브가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