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니가 경영 투명성 강화를 위해 감독과 경영 기능을 완전히 분리하는 것을 골자로 한 기업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는 최근 잇따른 스캔들로 인한 기업들의 신뢰 위기를 극복하고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추진 중인 보다 엄격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앞으로 일본은 물론 아시아 기업들의 행보에도 작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소니는 오는 6월의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얻은 후 이같은 내용의 기업 구조 개편안을 실행할 예정이다.
◇어떻게 바뀌나=소니는 기존의 감사위원회를 폐지하고 이사회 산하에 인사·감사·보상의 3개 위원회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28일 밝혔다. 이에 따라 감독 기능은 이사회에 완전히 넘어가게 된다. 또 각 위원회에 사외이사를 반 이상 임명하는 등 이사회에서 독립적인 사외이사의 비중을 크게 늘려나간다. 특히 기업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사회 회장과 최고경영자(CEO)를 분리하도록 규정했다. 현재 미국 기업의 80%는 회장과 CEO를 분리하지 않고 있다. 40년간 소니를 지켜온 오가 노리오 회장이 사임하고 이데이 노부유키 CEO와 안도 구니다케 사장이 대표 최고경영자가 된다.
◇배경=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여 주주들의 이익을 실현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전통적으로 일본 기업들은 주주뿐 아니라 은행, 직원, 사회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들 사이에 균형을 추구해 왔다. 그러나 은행 등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한편 외국 투자가 늘어남에 따라 주주의 목소리가 커지게 됐다. 힘이 세진 주주들이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요구했고 기업들은 이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던 것. 은행의 재정 악화로 일본 기업들의 지분 교차소유 제한이 완화된 것도 경영 투명성에 대한 주주들의 관심을 높였다. 또 미국 기업들의 연이은 회계 부정으로 손상된 신뢰를 회복하려는 SEC 등의 움직임도 영향을 미쳤다.
◇영향과 전망=소니의 기업 지배구조 개편은 다른 일본 기업들은 물론 다른 아시아 기업체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이 기존 기업 구조와 위원회를 두는 미국식 구조 중 선택할 수 있게 한 새 상법이 4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투명성을 높이는 쪽으로 시스템 개편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합병을 발표한 코니카와 미놀타도 소니와 비슷한 지배 구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히타치와 도시바도 미국식 경영 구조의 도입을 검토 중이다. 또 오릭스와 아에온 등의 기업들도 위원회를 중심으로 하는 기업 시스템으로 전환을 추진 중이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