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근영 넷시큐어테크놀러지 사장 sky@netsecuretech.com
평온하던 토요일 오후에 시작된 전세계적인 인터넷 마비 사태는 네티즌은 물론 모든 사람에게 커다란 충격과 걱정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뿐만 아니라 욱일승천 성장세를 구가하던 인터넷산업에 일대 경종을 울린 커다란 사건이 됐다.
‘윈도 SQL슬래머 웜 바이러스’란 일종의 바이러스에 의해 시작된 인터넷 DNS 서버 다운 사태는 거미줄처럼 연결된 네트워크의 취약점을 한순간에 드러낸 대표적인 사례로 남게 됐다.
대부분의 보안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웜 바이러스에 의한 일시적인 피해상태로 생각하고 있으나 보안업체에 몸담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바이러스에 의해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이라기보다는 치밀한 해킹과 웜 바이러스의 성능을 결합한 복합적인 사고라고 파악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인터넷 마비 사태는 앞으로 다가올 수 있는 인류재앙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현재 인터넷 뱅킹 인구가 1100만명을 넘어섰으며 온라인 주식거래 비중이 60%를 넘어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고 온라인 쇼핑몰 이용자수가 30%를 넘어선 실정이나 인터넷 망을 통하지 않고 오프라인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즉 온라인 비즈니스 거래와 오프라인 비즈니스 거래의 비중에 있어 오프라인이 상대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고 아직도 인터넷 없이 생활이 가능하며 오프라인 경제에서 온라인 경제로 절대적인 비중이 이양되는 중간단계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나 가까운 미래(?)에는 인터넷을 통해 집안의 냉장고를 점검하고 세탁기를 켜는 등 가전제품의 제어는 물론 모바일 뱅킹 등을 이용, 전세계 어느 누구와도 언제 어디서나 접속해 각종 거래와 필요한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즉 본격적인 인터넷 산업 사회로의 진전은 이번 사고와 같이 치명적인 사태가 발생할 경우 각종 산업 전체가 마비되는 끔찍한 사태를 몰고 올 수 있다는 점에서 1·25 사고가 경고하는 바는 매우 의미심장하다. 현재 한국의 삼성전자·LG전자는 물론 일본의 소니·NEC 등의 내로라 하는 세계적인 가전회사는 물론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시스코·노텔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거대 기업들은 가전제품과 인터넷의 통합을 통한 신제품 개발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미 출시된 몇몇 제품에는 인터넷을 통한 통제가 가능한 냉장고는 물론 각종 가전제품과 전자기기가 하루가 다르게 출시되고 있는 현실이다. 가전제품과 인터넷이 결합된 미래에 이러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를 생각해보라.
해커에 의해 장악된 인터넷 망을 통해 서울시내 전 가정의 모든 가전제품이 일시에 가동해 추운 겨울철에 에어컨이 돌아가고 더운 여름철에 히터가 작동돼 국가 기간 중추산업인 전력생산이 중단되는 끔찍한 사태가 오지 말라는 보장이 어디에 있는가. 금융거래가 일시에 정지되고 수출입 거래가 장기간 불통돼 국가경쟁력에 치명적인 피해가 오지 말라는 법은 어디에 있는가.
더구나 우리가 이라크전을 통해 확인한 바로는 전자전에서의 패배는 곧바로 전쟁에서의 패배로 이어진다. 사이버 전쟁은 곧바로 보안 전쟁을 의미한다. 따라서 보안산업은 국가의 토속적인 기간산업임이 자명하며 외국 제품에 의존하는 보안산업 구조는 해당 국가로의 종속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차제에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인 보안제품의 개발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태에 대비해 정통부에서 지난해 차세대 능동형 보안제품의 개발을 위한 국가적인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나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다고 생각되며 현재 상당부분 개발이 진척됐으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개발 완료시기의 조기단축 및 예산의 대폭증액은 물론 전국민적인 관심사로 확대시켜 IT강국에 걸맞은 보안강국의 구축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