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수지 흑자기조 달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원유·액화천연가스(LNG)·석유 등 에너지 관련 제품의 수입이 급증하면서 10억달러를 넘나들던 우리의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20분의 1(4800만달러)로 급감하는 등 2000년 2월부터 계속된 무역수지 흑자행진이 중단될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무역수지 적자가 경상수지 적자 및 경제성장률 저하로 이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려되는 상황이라 아니할 수 없다.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1월 수출입실적(통관기준)에 따르면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113억8300만달러)보다 27.3% 늘어난 144억8600만달러, 수입은 27.4% 늘어난 144억3800만달러로 무역수지 흑자행진은 이어졌다. 하지만 지난해 10월(12억7000만달러), 11월(12억달러), 12월(7억달러)의 흑자규모와는 비교하기 힘들며 지난달 말의 밀어내기 수출실적을 빼면 사실상 적자나 다름없는 금액이다.
실제로 지난달 28일까지만 해도 수출 123억달러, 수입 132억달러로 무역수지는 9억달러 적자였다. 하지만 하루 평균 5억달러였던 수출액이 29일과 30일 갑자기 2배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무역수지는 적자에서 흑자로 반전된 것이다. 한 마디로 밀어내기 수출이 만든 흑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월중 수출실적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무역수지 흑자기조가 이처럼 크게 흔들린 것은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베네수엘라 석유노조 파업과 미국-이라크전에 대한 우려가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원유 도입가격이 작년 1월(18.85달러)보다 40.6% 상승한 배럴당 26.50달러로 형성되는 등 원유·LNG·석유제품의 도입량이 늘어나고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환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수출기조가 탄탄하다는 점이다. 주력제품 구성이 고도화되고 국내 업체의 고정거래 비중이 높아지면서 반도체 수출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물론 휴대폰 호조에 힘입은 무선통신기기와 자동차 수출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중국시장이 미국(14억5000만달러)과 견줄 정도로 성장했고, 유럽연합(47.4%)과 아세안(16.7%)에서의 수출증가는 물론 그동안 부진했던 일본으로의 수출도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관건은 국제유가다. 유가에 연동되는 수입이 무역수지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현재 29달러선을 오르내리는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이 떨어지면 무역수지 흑자기조 달성이 무난하지만 미국-이라크전으로 중동지역의 유전이 파괴되는 등 돌발변수가 발생하면서 원유 가격이 급상승하면 적자를 면키 어렵다.
원-달러환율도 변수다. 원-달러환율이 10% 하락하면 수출은 연간 19억달러(1.1%) 감소하고, 수입이 25억달러(1.5%) 증가하면서 44억달러 정도 무역수지 악화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우리경제의 안정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자칫하면 경상수지 흑자행진(98년 403억달러, 99년 244억달러, 2000년 122억달러, 2001년 86억달러)이 멈출 수도 있다니 걱정이 크다.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전개하고 불요불급한 상품 수입을 중단하는 등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야 한다. 범정부 차원의 대책마련도 서둘러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