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에 대한 제도가 완비되지 않은 가운데 이와 유사한 형태의 사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MVNO란 주파수를 보유하지 않고도 이동통신망사업자를 통해 독자적인 이동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로 유선시장에 비해 진입이 어려운 무선시장의 진입수단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통신재판매 등록을 한 별정통신사업자들이 무선재판매를 하며 이동전화 사업자와 구별되는 별도의 요금제도와 브랜드, 자체 과금, 자체 고객기반 등을 확보하고 있어 사실상 MVNO 형태를 띠고 있다.
주파수공용통신(TRS)사업자인 KT파워텔(대표 홍용표)은 각각 아이투라인(대표 오한균), KI텔레콤(대표 마윤식), NTI테크놀로지(대표 오재삼) 등과 계약을 맺고 재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이들 세 업체는 파워텔과는 다른 독자적인 요금체제와 가입자 기반을 구축, 영업을 개시했거나 준비를 완료한 단계다. 아이투라인의 경우 무선가입자가 전화를 걸면 파워텔의 망을 경유한 뒤 아이투라인의 인터넷전화(VoIP)망을 통해 통화가 이뤄져 보다 저렴한 통화가 가능하다. 이후 아이투라인은 파워텔에 네트워크 이용요금을 지급하는 형태로 사업협력을 하고 있다. KI텔레콤도 이같은 형태의 서비스를 자체 브랜드로 제공하면서 이미 1만여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LG텔레콤(대표 남용)의 경우에도 5∼6개 재판매(별정)사업자와 계약을 맺고 있다. 이들 별정사업자도 별도의 요금체계를 가지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별도의 정산조건에 의해 LG텔레콤측에 망 이용료를 지급하고 있다. 이들 중 몇몇 업체는 과금도 자체적으로 하고 자체 브랜드를 이용하는 등 MVNO의 조건인 서비스의 차별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G텔레콤 관계자는 “이들 사업자가 확보한 고객이 3만∼4만명 규모에 달한다”고 전했다.
KTF(대표 남중수)와 계약한 디지탈퍼스트(대표 김용호)는 PDA폰을 판매하며 자체 PDA포털을 운영, PDA용 콘텐츠를 가입고객에 제공하고 있다. 디지탈퍼스트는 KTF의 요금체계를 따르고 과금도 KTF가 담당하고 있으나 자체브랜드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넓은 의미의 MVNO로 해석된다.
관련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가운데 MVNO가 속속 등장하는 현상에 대해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김진기 책임연구원은 “이와 같은 서비스들은 MVNO로 분류할 수 있다”며 “주파수를 양도하거나 임대할 수 있느냐는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다면 현 제도하에서도 이와 같은 MVNO가 가능하며 제도를 만들어 이를 양성화시킬지는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별도의 제도없이 별정제도를 기반으로 MVNO의 서비스가 이뤄지는 데 대해 가입자보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지적됐다.
이에 대해 LG텔레콤의 관계자는 “재판매 계약을 맺은 MVNO의 고객에 대한 최종 고객보호는 LG텔레콤이 진다”며 “업체 선정시 인프라를 조사하고 있으며 고객 보호 차원의 문제 발생시 페널티를 주는 등 조건을 까다롭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