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휴대폰이 그동안 중국 시장에서 너무 잘나간 때문일까. 최근 이곳저곳에서 경고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무역협회는 지난 3일 “중국이 한국 휴대폰의 수입제한 조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경고했고, 전문가들은 “중국 로컬업체들의 약진으로 한국의 경쟁력 상실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체들은 벌써부터 “한국 업체들끼리의 가격인하 경쟁으로 고사할 것”이라며 서로를 비방하고 있다. 최근 모 업체 사장은 “중국의 ODM 파트너가 한국 모기업의 공급가를 보여주며 가격을 인하해달라고 요구했다”며 “도저히 가격을 맞출 수 없어 공급을 중단할까 고민중”이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불과 1년전 중국에서 CDMA 단말기 보급이 시작될 때 환호성을 지르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세계 최고라던 한국 휴대폰이 고작 이 정도였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중견·중소업체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패배감에 젖어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중국은 물론 세계에서 휴대폰을 가장 잘 만드는 나라다. 삼성전자는 세계에서 최고급 브랜드로 최강 노키아와 견줄 만한 업체로 성장했고, LG전자는 올해 빅5 진입을 기정 사실화했다.
세계적인 증권회사인 모건스탠리는 최근 의미있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회사는 팬택의 투자등급을 상향조정하며 “중국 이동전화단말 시장의 재고 증가에 대한 우려는 지나친 면이 있으며 다국적기업들의 중국내 휴대폰 판매경쟁도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한국 업체들의 건전성을 강조했다.
중국 이동전화단말기 시장경쟁은 사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지나친 패배감도, 과장된 자신감도 배제하고 냉철하게 대응해야 할 시점이다. 업체간의 공조체제도 필요하다. 최소한의 상도도 지켜야 한다. 우리의 경쟁상대는 노키아요, 모토로라지 우리 기업이 아니다. 역할을 분배하고 총력전으로 나서면 한국의 휴대폰 신화는 중국에서도 반드시 꽃을 피울 것이다.
처음 CDMA를 시작했던 열정이면 만리장성은 결코 넘지 못할 산이 아니다. 지금은 무엇보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필요한 때다.
<정보가전부·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