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체들의 자본 투자 축소와 계속되는 경기 침체로 반도체 장비 업계가 곧 대대적인 인수 합병과 파산의 회오리에 휘말릴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SBN은 시장 조사업체인 세미코리서치는 뉴스레터인 ‘세미코스핀’을 통해 반도체 장비 업계가 2년간 혹독한 침체를 겪은 데 이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들어 주요 업체들이 자본 투자를 큰 폭으로 줄이기로 했다는 점 등을 들어 이같이 주장했다.
세미코는 뉴스레터에서 “전세계 반도체 장비 판매 규모가 지난 2001년 42% 줄어들었고 지난해에는 다시 33% 줄어들었다”며 “연평균 성장률을 21%로 계산하고 중간에 하강기가 없다고 전제해도 2000년의 자본 지출 수준으로의 회복은 약 5년 뒤인 2008년에나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라크전은 더욱 전망을 어둡게 한다”며 “문제는 누구도 이에 대한 통제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세미코는 이에 따라 “반도체 분야의 암담한 현실은 결국 강하고 수익성을 갖춘 기업만이 척박하고 경쟁이 격한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도록 할 것”이라며 “조만간 장비 업계가 다운사이징, 인수·합병 등에 서둘러 나서고 파산하는 기업도 다수 생겨날 것”이라고 점쳤다.
이 회사는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의 수주 감소 경고, TSMC 같은 주요 파운드리 업계의 자본 지출 축소 계획 등을 이같은 전망에 대한 불길한 전조로 꼽고 올해 반도체 판매 규모도 이전 전망치 보다 대폭 줄어들 것으로 내다 보았다.
이달초 세계 최대의 장비 업체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는 1분기 수주 규모가 전분기에 비해 35%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해 업계를 아연케 한 바 있다. 또 지난달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인 인텔은 자본지출을 지난해 47억달러보다 크게 줄어든 35억∼39억달러로 축소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어 세계 최대의 파운드리 업체인 TSMC도 올해 자본 지출을 지난해 16억5000만달러보다 크게 줄어든 10억∼15억달러로 책정했다고 밝혔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