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라바이 미국 버클리대 교수 jan@eecs.berkeley.edu
시스템온칩(SoC:System on a Chip)이 미래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유럽뿐만 아니라 일본, 대만 등 아시아태평양 등지에서도 국가가 나서 SoC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등 연구와 생산이 활발하다. 현재 세계적으로 SoC 붐이 조성되고 있으며 미래기술에 대한 유일한 대안이 될 것이라는데 이견은 없는 듯 하다.
서구에서는 오랫동안 SoC에 대한 개념정립이 대두돼 왔다. 그들은 이미 다양한 방법으로 SoC를 시도해봤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지향해야 한다고 깨달았고 많은 실패를 해봤기 때문에 좀 더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야 한다고 알게됐다. 그러다가 약 3년 전부터 플랫폼 기반 SoC 설계라는 가장 구조적인 방법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현재 산업전반에 걸쳐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SoC 설계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플랫폼을 기반으로 SoC를 설계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으나 모두 한 문제에 봉착하게 됐다. 그것은 플랫폼 기반 SoC 설계의 확실한 방법론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 새로운 SoC 설계를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것은 이로 인해 파생되는 신규 사업이 계속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새로운 반도체설계자동화(EDA) 산업의 등장이 그것이다. 물론 과거 EDA 산업은 여러 과정 속에서 명멸현상을 반복해 왔지만 이는 더 성숙한 산업으로 가는 과정일 뿐임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앞으로 2∼3년 내로 두 배 이상의 산업들이 파생될 것으로 보인다. 단, 이런 것을 어떻게 단계적으로 추진할 것인가의 문제는 남아 있다.
향후 SoC 산업은 무궁한 발전 가능성이 있다. 심지어 SoC만이 반도체 산업의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반도체 기술자들은 설계 처음부터 SoC 개념을 가지고 디자인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SoC 디자인의 복잡성이나 고비용 때문에 SoC 디자인이 향후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견해가 다소 무리가 있다고 판단할 지 모르나 SoC는 과거 실리콘반도체의 성장 역사가 말해주 듯 ‘기하 급수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SoC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산업을 움직이는 요소는 SoC를 통한 애플리케이션을 선도하는 사람들이며 그들이 궁극적으로 반도체 산업의 재도약을 이끌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산업을 주도한 PC시장은 이미 성숙산업으로 접어들었고 현재는 무선산업이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전자산업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애플리케이션이 바로 이동전화지만 역시 PC산업과 같은 처지에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동전화의 판매는 줄어들고 있으며 심지어는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전화산업 이후는 무엇이 IT산업을 선도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개인적으로는 3세대 이동통신 또는 양방 소통형 애플리케이션이 될 것이라는 짐작은 할 수 있다. 이는 물론 반도체 산업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SoC를 기반으로 한 반도체 기술의 발전없이 차세대 기기의 개발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미국에서는 현재 SoC 산업의 활성화와 시장 선점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벤처와 대기업 모두 3세대 이동통신, 모바일 인터넷 등에서 SoC가 하나의 거대한 요소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이것은 마치 SoC 산업이 냉장고에 있는 것과 같다. 시장상황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고 대중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아직 모르기 때문에 SoC 산업은 냉동실에서 처럼 차갑게 얼어붙지는 않았고 차갑게 냉장실 상태에 보관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바로 지금이 세계시장에 SoC를 기반으로 한 제품을 선보여야 할 때다. 기존 PC와는 다르게 빌딩, 차, 벽, 가정 등 일상생활의 영역에서 기본적인 전자기기가 장착돼 있다면 우리의 삶의 구조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진다.
현재 세계적으로 설계자산(IP) 및 SoC 설계표준화를 위해 여러 기관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래서 설계표준을 통합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의 VSIA에서는 시스템레벨C 등과 같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IP 설계의 표준화를 시도했고 일부 성공적인 결과를 얻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것들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표준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따라서 설계 표준화는 많은 사람들이 수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