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억 산업기술부장대우 bekim@etnews.co.kr
온국민의 관심 속에 새 대통령이 선출된 지도 한달이 지났다. 이제 새 정부 출범이 채 20일도 남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사람은 대통령직인수위원들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만큼 인수위는 많은 일을 해나가고 있고 온국민의 시선도 그들에게 집중돼 있다.
인수위가 정권을 인수하고 향후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한시적인 기구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인수위가 정한 제도와 정책 추진 방향이 가져올 파장을 생각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학기술계도 이들의 행보에 일희일비 하기는 마찬가지다.
인수위는 10대 국정과제를 선정하면서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를 그 중 하나로 정했다. 이때만 해도 과학기술인들은 크게 환영하면서 새 정부에서는 과기인들이 어깨를 펴고 살 수 있게 되나 보다 하고 희망에 들떴다. 그러나 이후 이 아젠다는 ‘과학기술 혁신과 신성장’으로 바뀌었고 과학기술 수석직을 만들겠다던 공약도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어렵게 됐다.
이후 인수위는 과학기술 예산이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가를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출연연구원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논의도 나왔다.
이런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과기인들은 ‘혹시나’하고 건 기대감들이 하나 둘 무너지면서 ‘역시나’로 끝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에서는 과기인들의 사기를 진작하고 청소년들의 이공계 진학기피현상을 막기 위해 파격적인 정책들을 내놨다.
가장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대한민국과학기술상 제정이다. 전세계 한국과학자가 대상인 4개 분야에서 수상자를 선정해 3억원씩 총 12억원을 상금으로 수여하는 것이다. 그동안 수여해온 크고 작은 상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영광된 상이라 할 수 있다.
또 이공계에 진학하거나 외국 이공계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에게 파격적인 장학금을 주는 방안도 마련됐다.
이처럼 겉으로는 많은 사기진작책이 나왔지만 아직 연구일선에 있는 과기인들은 별반 좋아진 것이 없다고 느끼는 것이 문제다.
최근 과기인들은 노무현 당선자와 인수위의 발언, 그리고 행보에서 왠지 모를 불안과 실망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 5일 노무현 당선자를 비롯해 대통령직인수위원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덕에서 열린 ‘행정수도 이전 및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토론회’에서 과기계 인사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토론의 주제가 과학기술 발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토론회에 참석한 출연연 측 인사는 10명을 넘지 못했다. 이를 놓고 출연연 관계자들은 “새 정부를 이끌고 있는 지도층의 과학기술계에 대한 인식이 이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에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은 일은 이미 인수위가 구성될 때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25명의 인수위원 중 과기인은 단 한 명뿐이기 때문이다.
새 정부는 더이상 과기인들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 말로는 과기인을 예우한다면서 핵심 요직에서는 배제시키는 일도 없어야 할 것이다.
노 당선자는 과학기술계가 더이상 ‘과기인 사기진작을 위한 대책’이 만들어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사기진작책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과기인이 존경받고 제 역할을 하는 토양이 빨리 만들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