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테크 뉴인더스트리]스마트태그

 손님들로 북적대는 대형 할인 매장. 생활용품 코너의 질레트 면도기가 바닥을 보이려 하자 진열대가 이를 파악하고 사무실에 신호를 보낸다. 사무실 직원은 곧바로 부족한 물건을 진열대에 채운다. 얼마후 진열대가 다른 신호를 보낸다. “진열된 상품의 수가 한꺼번에 줄어든 것으로 보아 도난이 의심된다.”

 일에 쫓기는 유통업체 직원의 백일몽이 아니다. 세계적인 소매체인 테스코의 영국 매장에서 얼마전 시작된 일이다. 월마트도 조만간 질레트, 프록터앤드갬블 등의 생활용품 업체와 손잡고 비슷한 시스템을 실험한다.

 이는 ‘무선인식’(RFID) 기술, 일명 ‘스마트태그’라는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다. RFID 시스템은 아주 작은 반도체칩과 안테나, 이들이 끊임없이 발산하는 신호를 인식할 수 있는 리더로 이루어져 있다. 스마트태그는 칩에 담긴 제품 정보를 인식해 재고관리, 유통과정 파악 등을 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해 준다. 전문가들은 정보저장량이 큰 이 기술이 곧 바코드를 대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태그를 사용하면 고객이 계산대에서 물건을 갖다대는 것만으로 계산을 마칠 수 있다. 또 공장에서 슈퍼마켓까지 모든 생산 및 유통 정보를 담을 수 있다. 상품 입출고의 정확성을 높이고 효율적인 재고 관리를 가능케 한다. 마스터, 비자 등 신용카드 업체들도 스마트태그로 결제 과정을 손쉽게 할 수 있다.

 미국의 소매업체 및 생활용품 업체들은 빈 진열대를 제때 채우지 못해 잃게 되는 매출액을 연간 300억달러로 추산한다. 스마트태그를 쓰면 진열대가 비지 않도록 바로바로 물건을 채울 수 있다. IBM은 RFID를 통해 재고도 5∼25%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RFID 기술이 최근 각광을 받는 것은 가격이 최근 몇년간 크게 떨어졌기 때문. 지난 4년 동안 스마트태그의 가격은 2달러에서 20센트로 떨어졌다. 최근 질레트가 월마트, 테스코와 RFID 시스템을 시범 구축하면서 주문한 스마트태그는 5억개. 생활용품 업체들의 스마트태그 도입이 본격화되면 가격은 더 떨어진다. 스마트태그 업체 매트릭스는 1년에 10억개의 태그를 만들면 개당 10센트, 100억개를 만들면 5센트까지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87개 관련 기업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오토-ID센터’는 태그에 담긴 정보량을 최소화하고 기타 정보를 다른 컴퓨터에 저장했다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등 스마트태그 기술 개발에 공헌했다.

 일본도 정부와 기업이 스마트태그의 공동 표준 마련을 추진하는 등 RFID 기술 보급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자체 표준의 국제표준기구(ISO) 인증을 통해 기술 주도권을 확보한단 계획이다.

 그러나 문제는 사생활 침해 우려. 스마트태그가 소비자의 집에서 계속 신호를 보내며 위치 정보를 송출한다면 들고 있는 핫도그 포장지의 태그를 읽고 길거리의 하이테크 광고판이 케첩 광고를 내보낼 수도 있다. 업계는 RFID의 도달 거리는 1.5m에 불과하다고 안심시키고 있다. 또 고객이 매장을 떠나는 즉시 태그가 작동을 멈추도록 하는 옵션을 추가할 계획이다. 물론 태그를 살려놨을 때 얻을 수 있는 애프터 서비스의 유혹을 남겨 두는 것은 잊지 않았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사진설명

 

 공항짐찾기벨트.bmp - 공항의 수하물 찾기도 RFID의 또다른 응용분야다. RFID를 이용하면 처리 과정을 효율화하고 보안을 강화할 수 있다.

 

 rfid기기.bmp - 휴대형 RFID 인식기의 모습.

 

 월마트.bmp - 월마트 매장에서 계산하는 모습. 스마트태그를 사용하면 계산이 훨씬 간편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