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전자정부(e정부) 구축사업이 전문가 부족 등의 이유로 예산낭비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미국 예산청에서 정부 관련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마크 포먼 국장이 11일 실리콘밸리를 방문해 오라클과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시스코시스템스 등 지역 경제인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최근 전자정부 관련 예산 중에 무려 20%가 중복 투자 등으로 낭비되고 있다고 털어놓으면서 그 심각성이 외부에도 알려졌다.
LA타임스에 따르면 포먼 국장이 최근 실리콘밸리를 방문한 것은 총 593억달러(약 71조16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2004회계연도 전자정부 사업계획을 설명하고 관련 업체들의 적극적인 이해와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였다.
그는 실리콘밸리 경영자들과의 대화에서 최근 미국이 전자정부 구축 사업을 최우선 정책 과제로 삼아 매년 관련 예산을 10∼20%씩 늘리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정부 내의 전문인력 부족과 전자정부 시스템의 표준 미비 등으로 컴퓨터와 소프트웨어(SW)를 중복 구매하는 등 예산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포먼 국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전자정부 구축의 방향을 기존의 양적 성장대신 예산집행의 효율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행정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미국 예산청은 올해 약 5000명의 정보기술(IT) 전문인력을 채용 또는 자체 양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지금까지 미국의 24개 주요 부처 및 산하단체별로 구축했던 전자정부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도 올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포먼 국장의 발표에 대해 IT시장조사회사 페더럴소스의 제임스 케인 사장은 “그 동안 무원칙적으로 진행됐던 미국 전자정부 구축사업이 이제야 올바른 방향을 잡은 것 같아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또 소프트웨어 개발 툴을 공급하는 볼랜드의 데일 퓰러 사장을 비롯한 실리콘밸리의 핵심 경영자들은 “앞으로 1년 동안 약 600억달러의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 부을 전자정부 구축 사업을 통해 미국 IT 업계가 최악의 불황을 탈출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