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인다, 꼬여.”
모기업 AOL타임워너의 전폭적 지원아래 사업을 추진중인 AOL의 광대역 인터넷 전략이 차질을 빚게 됐다.
장애물은 다름아닌 같은 계열사 로드러너. AOL타임워너의 케이블 운용업체인 타임워너케이블을 이용해 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제공중인 로드러너는 최근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만 무려 100만명이 신규 가입하면서 전체 가입자 수가 260만명에 이르렀다. 이는 AOL의 광대역 가입자 65만명의 4배.
같은 계열사의 선전인 만큼 AOL로서도 기뻐해야 할 상황이지만 현실은 반대다. 이유는 AOL과 로드러너가 고속인터넷 시장에서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
AOL은 가입자 2650만명으로 미국 인터넷 시장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하지만 대부분이 전화접속 방식이고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광대역 인터넷 시장에서는 신규업체나 마찬가지. 더욱이 야후·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이 시장 행보를 빨리하고 있어 AOL은 ‘내부경쟁’으로 힘을 빼서는 안될 상황이다.
AOL로서는 로드러너는 아닐지라도 타임워너케이블의 지원을 내심 바라고 있다. 하지만 타임워너케이블은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타임워너케이블의 관계자는 “AOL과의 문제는 논의사항이 아니며 고객서비스와 품질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원론적인 내용만 밝히고 있다. 반면 로드러너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AOL에) 좋은 일은 아니다. AOL이 타임워너케이블을 이용할 기회를 잃은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와 함께 로드러너의 행보가 현안이 되고 있는 AOL타임워너의 분리 여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광대역 인터넷이라는 잠재 시장을 보고 AOL을 껴안고 있는 만큼 대안으로서 로드러너의 성장은 “AOL과 분리하자”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AOL측은 로드러너의 호조가 자신들의 후광에 힘입은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AOL의 에드 애들러 대변인은 “로드러너의 이익은 같은 계열인 AOL로부터 오는 것”이라며 로드러너의 선전을 평가절하고 있다. 반면 로드러너는 광대역 시장에서 독자 경쟁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AOL타임워너는 관계자들간 모임을 갖고 두 회사의 현황을 감안, 회사전체의 광대역 인터넷 사업전략을 논의키로 했다. 현재로서 AOL과 로드러너는 통합되지 않고 별도 운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가열되고 있는 광대역 인터넷 시장에서 경쟁은 통합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는 업계의 중론이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