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테크 뉴인더스트리]의료장비 수탁생산

 의료장비 시장을 잡아라.

 통신, 컴퓨터 산업의 반등을 기다리다 지친 전자수탁생산업체(EMS)들이 고부가 시장인 의료장비 시장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ebn에 따르면 EMS 업체들이 의료 사업 부문을 새로 신설하거나 강화하는 등 의료 장비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나섰다.

 세계 최대의 EMS 업체인 싱가포르 플렉스트로닉스인터내셔널은 이번주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에서 열리는 정보기술(IT) 전시회인 일렉트로닉스웨스트에서 새로 신설한 의료설계 사업부문인 플렉스트로닉스메디컬솔루션스를 공개한다. 또 앞서 펨스타도 이달 중순 새로 신설한 의료 사업부분을 총괄할 수석 부사장에 래리 차플라를 선임했다.

 지난해 7월 의료사업부문인 메디컬일렉트로닉스서비시스를 만든 산미나-SCI를 비롯해 플렉서스, 렙트론매뉴팩처링서비시스(RMS) 등 이 시장에 먼저 발을 담근 EMS 업체들도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판촉활동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 플렉스트로닉스의 수석매니저인 한스 모리츠는 “의료장비분야의 많은 OEM들이 아웃소싱의 가치를 볼 수 있게 됐다”며 “우리는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이 시장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부분의 기업은 제품의 대량생산에 기능성을 부여해줄 설계 서비스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90년대 중반들어 이미 앱보트래보태터리스, 보스턴사이언티픽, 존슨앤드존슨, 메드트로닉스, 지멘스 등의 주요 의료장비 업체들은 생산 비용 절감과 적기 출하를 위해 제조 아웃소싱 전략을 택했고 이후 생산 비용에 대한 압박이 계속 이어지면서 다른 OEM들도 이들을 뒤따르고 있다.

 시장 조사업체인 테크놀로지포어캐스터스에 따르면 의료장비 시장은 지난 2001년 448억달러를 넘어섰는데 이중 56억달러가 EMS 업체들에 의한 것이다. 또 2005년 시장 규모는 545억달러에 이르고 이중 EMS의 몫은 71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IDC에 따르면 지난해 EMS 업체들은 각 분야를 망라해 26억달러의 판매 실적을 올렸는데 이들은 의료장비 분야 등으로의 사업 다각화를 통해 오는 2006년에는 110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관련, 뉴벤처리서치의 애널리스트인 낸달 셔먼은 “의료 시장은 EMS 기업들에 매력적인 신규 분야”라며 “의료는 일반 제조 분야보다 높은 마진을 보장해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의료 장비 업체들은 현지 EMS와 의료 분야에 정통한 중견 업체들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펨스타의 차플라도 셔먼의 분석에 동의했다. 그는 “중서부에 본사가 있다는 것이 이점이 되고 있다”며 “미네소타와 시카고 등 이 지역에는 많은 의료 장비 업체들이 있다”고 말했다. 미네소타의 로체스터에 기반을 둔 중견 업체인 펨스타는 현재 존슨앤드존슨과 메드트로닉 등을 고객사로 확보했으며 곧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의 의료 엔지니어링 자회사 펨스타퍼시픽컨설턴츠의 규모도 확장할 계획이다.

 실리콘밸리에 자리잡고 있는 산미나가 지난해 의료 사업부를 신설한 것도 이 지역의 의료 장비 업체들을 겨냥한 것이다.

 렙트론과 플렉서스 등 일찍 이 시장에 눈을 돌린 업체들은 이미 상당한 기반을 구축했다.

 RMS는 의료장비 분야의 7개사를 고객으로 확보했으며 이들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에 달한다. 탬파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올해 미시간 게이로드, 미네소타 힙빙, 플로리다 탬파 등의 공장이 모두 올해 미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승인을 받아 더욱 입지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플렉서스도 전체 매출의 35%를 의료장비 분야에서 올리고 있는데 이 회사는 에디콘엔도서저리를 위해 설계한 수술장비로 메디컬디자인엑셀런스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IT 경기가 급반등할 가능성이 별로 보이지 않는 상황이어서 안정적인 수입원을 찾는 다른 EMS 업체들의 의료장비 분야 진출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