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2차 걸프전엔 `디지털 사령부` 뜬다

 미군이 12년 전 걸프전쟁때 상대했던 동일한 적과 싸우기 위해 훈련하고 있지만 만약 이라크 전쟁이 다시 발발한다면 이번 전투는 당시와는 크게 다른 디지털 전쟁이 될 것이다.

 정보기술혁명은 미군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미군은 실리콘밸리가 제공하는 고급 기술이나 때에 따라 실리콘그래픽스(SGI) 같은 기업이 개발한 제품을 사용해 정보기술(IT)을 모든 전투병에게 통합, 제공하기 시작했다.

 미 육군 스페셜리스트인 제프 부가이(21)는 IT의 잠재력을 오른쪽 엄지 하나로 표현했다. 그는 텍사스 육군기지의 먼지가 일어나는 실험사격장에서 카키색 군용 장갑차에 장착된 열적외선 카메라의 뷰파인더에 눈을 대고 기괴하게 생긴 녹색 이미지를 응시했다. 레이저와 지구 위치추적위성 부대원들이 카메라 핸드그립에 달린 빨간 단추를 눌러 멀리 떨어진 적 장갑차의 정확한 위치를 즉각 찾아냈다. 이어 수초 내에 붉은 다이아몬드 모양이 미 육군 기갑부대 1사단 전역의 컴퓨터 스크린에 나타났다. 장갑차와 탱크를 탄 동료 병사들과 인근 사령부 장성들이 상세한 전투지역 지도에 표시된 이 적군 장갑차를 다같이 보았다. 이제 이들이 할 일은 이 장갑차를 공격 표적으로 확정하는 것뿐이다.

 미군은 지난 91년 걸프전 종료 이후 적의 위치확인 효율제고와 아군간 오발사고를 줄이기 위해 IT를 적극 도입했다.

 버지니아에 있는 렉싱턴연구소의 군사 분석가 로렌 톰슨은 “‘사막의 폭풍’ 작전 이후 미군의 가장 중요한 기술적 발전은 적군의 좌표찾기 능력을 대폭 향상시킨 것”이라며 “전투지에서 피아의 위치파악이 어려웠던 때가 있었으나 정보혁명 덕분에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걸프전 당시 미군의 아군간 오발사고로 인한 전사나 부상자는 전체 전사 및 부상자 615명 가운데 17.5%를 차지했다. 미 육군의 82년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아군간 오발사고로 희생된 미군은 2차세계대전과 한국전, 베트남전에서 모두 2% 정도에 불과했다.

 미 육군의 두번째 공식 ‘디지털화’ 사단으로 변모할 예정인 포트 후드 기갑 1사단 소속 여단장 마이클 포미카 대령은 “아날로그 시대 사령관은 병력 소재지 파악에 항시 신경썼다”고 지적했다. 미 육군의 첫번째 디지털화 사단인 포트 후드 주둔 제4보병대는 이미 걸프만으로 급파됐으며 기갑 1사단도 곧 제4보병대를 뒤따를 예정이다.

 그는 ‘FBCB2 (Force XXI Battle Command Brigade and Below)’라고 알려진 새로운 전투지 상황파악시스템에 대해 “이 시스템과 예전 시스템의 차이는 낮과 밤처럼 분명하다”며 “적을 어떻게 섬멸할 것인가를 말하는 것과 적과 아군 소재지 파악에 허둥대는 것하고는 천양지차”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군사시스템은 PC가 직면하는 문제와 동일한 문제에 봉착할 위험을 안고 있다. 탱크 부대원이 지난주 포트 후드에서 새로운 시스템을 시연하던 중 기내 컴퓨터 작동불능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

 군은 이 같은 문제발생을 줄이기 위해 비상장비를 갖추고 있으나 새로운 IT시스템에는 기존 문제만이 아닌 잠재적 결점도 내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미군이 사용하는 지구위치추적시스템(GPS)은 적의 방해를 쉽게 받을 수 있고 모든 지휘소 컴퓨터들이 실시간 정보를 볼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대역이 아직 제공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군 IT시스템은 공개된 전투지 파악 목적으로 개발돼 바그다드 같은 복잡한 도시에서는 별다른 소용이 없다. 워싱턴DC에 소재한 국방대학의 선임연구원 엘리후 지멧은 “후방 사령관이 전투지 전체를 거의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은 아프가니스탄 전투에서 경험했듯이 일선 사령관 사이에서 지나친 간섭과 ‘미시적 관리’에 대한 불만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 육군 최초로 디지털화된 2개 사단은 모두 FBCB2 시스템을 사용하기 때문에 만약 이라크를 공격할 경우 선봉에 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 포트 후드에서 이 시스템을 훈련중이던 장병들은 이라크 남부 지도가 표시된 컴퓨터 스크린을 사용했다.

 사령관들은 이외에도 육해공 및 해병의 정보취합을 위한 공통된 새로운 운영환경을 사용하게 된다. 걸프지역 해군함 2척은 전투지 전체의 3차원 모습을 보여주는 고성능 SGI 워크스테이션으로 구성된 이른바 ‘지역 방공사령관 능력제고시스템(Area Air Defense Commander Capability system)’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비하고 있다.

 미 합동참모장은 지난 96년 걸프전의 아군간 오발사고를 교훈삼아 ‘정보우월’을 ‘합동비전 2000’ 보고서의 군 우선목표로 선정했다. 지난 98∼2001년까지 사령통제 통신첩보 담당 국방차관보를 지냈던 아더 L 머니는 이 보고서가 민간제품 활용을 권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SGI 이사로 재직중인 그는 “군이 나름대로 컴퓨터를 개발하던 시대에 자체 시스템 개발을 끝내면 그 시스템은 이미 완전히 진부한 장비가 돼 있었다”며 “하지만 군이 상용 시스템도 필요할 때마다 구입할 수 있도록 허용, 지금은 최신 델 제품이나 SGI 제품이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