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프리즘]무선이 창조하는 새로운 삶

◆스테판 탠 싱가포르 이그지비션서비스(SES) 최고경영자 jj@sesmontnet.com

 

 공기와 마찬가지로 무선 기술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는 그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 삶에 무선 기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지금과는 사뭇 다른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동전화가 등장하기 전의 삶을 상상해보자. 사람들은 전화가 오길 기다리며 책상 앞에 붙어 있어야만 했다.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중요한 전화를 받지 못하거나 계약 기회를 놓치는 경우를 상상해 보라. 지난 5년 동안 대단한 파장을 일으키며 이동전화가 등장했다. 이 새로운 이동전화는 특히 많은 아시아 지역의 도시에서 일반화됐다.

 이에 뒤질세라 한때 사무실 책상 위에 부담스럽게 얹혀져 있던 컴퓨터들이 기계에 연결된 자잘한 선들과 작별을 고하게 됐다. 오늘날에는 누구든지 자체 무선 접속점을 구입하고 가정 내에 무선 랜 네트워크를 즉시 설치할 수 있다. 일단 무선랜 접속 점이 설치되면 사용자들은 침실, 부엌, 심지어 발코니와 같이 가정내 어느곳에서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사용자들은 식탁에 앉아 아침 커피를 즐기면서 e메일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즐겨 읽는 일간지의 기업면을 훑어 보면서 증권 시장 포트폴리오를 체크하기 위해 컴퓨터를 카우치로 옮겨 놓고 이용할 수도 있다. 사람들은 신문 첫 면을 장식한 기업의 주가변동을 즉시 파악할 수 있고 온라인과 인쇄물을 통해 확인된 최신 정보에 기초해 주식을 사고 팔 수도 있다.

 무선 시대가 도래하기 전에도 24시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었으나 이 때에는 컴퓨터를 전화선에 연결해야 했다. 그러면 PC는 사용자가 영화와 음악을 감상하고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TV와는 달리 응접실에 자랑스럽게 놓인 PC를 발견하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사람들이 응접실에 PC를 두고 싶어하지 않는 이유는 많을 것이다. PC가 옅은 베이지 색 상자 모양이라는 것과 상관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은 별개의 문제다. PC가 전화선에 연결돼야 하기 때문에 PC는 주로 사용되지 않은 여분의 전화선이 있는 침실, 작업실 혹은 지하실에 놓이게 된다. 무선랜을 사용하면 응접실이나 부엌, 베란다에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그러나 PC만 변하는 것은 아니다. 이동전화도 매일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위해 적용되고 있다. 우리는 이미 특정한 곳에 연결된 선으로 처리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작업들을 이동전화를 통해 처리할 수 있다. 이동전화로 문자 메시지와 동영상을 친구들에게 보내고 온라인에 접속하며 게임을 하고 심지어 영화 광고를 보기도 한다. 이제 곧 이동전화를 지갑 대용으로 사용할 날이 올 것이다. 오늘날 한국·일본 그리고 중국의 이동전화 사용자들은 이동전화를 이용해 물건을 구입하고 물건 값을 지불할 수 있다. 한국의 사업자들은 사용자들이 자신의 무선 전화 계좌나 월 청구 액에서 물건 값을 공제하도록 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무선 거래를 실현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NTT도코모의 c모드 서비스는 사용자들이 일본 곳곳에 놓인 수백만대의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사는 데 사용될 수 있는 바코드를 다운로드하도록 한다. 심지어 뒤늦게 무선 시장에 진입한 중국에서조차 차이나모바일사는 자판기에 동일한 무선 지불 솔루션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어떤 혁명적인 생활의 변화도 하룻밤 만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보안과 사용자 보호와 같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하다. 애플리케이션에 따라 우리는 때로 패스워드와 같은 매우 민감한 데이터, 정보를 전송하기 때문에 파렴치한 사람이 이를 가로채서 남용할 기회는 언제나 있다. 우리는 각자 그러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해야 하나 기술에 있어 모든 중요한 변화는 수용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50년 전 누가 오늘날 사람들이 플라스틱 카드로 거의 모든 제품을 구입하고 이를 지불할 수 있으리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10년 전에 누가 우리 대부분이 어디를 가든 무선 전화기를 손에서 떼지 못할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5년 전에 누가 전화기로 사진을 찍어 다른 전화기나 e메일로 이를 즉시 전송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이나 했겠는가. 이런 마당에 앞으로 2년 후에 어떤 일이 실현될지 누가 확실하게 말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