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합서비스 규제완화냐, 규제강화냐.”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SK텔레콤·하나로통신 등 통신업계는 현재 처한 자사의 입장에 따라 결합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한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특히 무선부문 지배적사업자인 SK텔레콤이 KT의 유무선통합상품인 ‘네스팟스윙’ 출시를 계기로 결합서비스 규제강화에 찬성하는 듯한 입장을 보임에 따라 사업자간 첨예한 논란이 벌어질 전망이다.
결합서비스란 두 가지 이상의 서비스 상품을 패키지로 제공하는 것으로 개별 상품의 단순결합과는 달리 새로운 가격(대부분은 할인가격)을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전기통신사업금지 행위의 유형 및 기준’에 관한 고시는 ‘전기통신역무와 다른 전기통신역무 또는 전기통신역무와 관련이 있는 재화와 용역을 묶어서 판매하는 행위’를 결합서비스로 간주한다.
KT측은 “미국·영국·호주·일본 등 선진국의 시장지배적사업자들도 이미 시내전화와 이동전화를 포함해 모두 결합상품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며 “이제는 기존의 공정경쟁 저해방지를 위한 안전장치와 새로운 규제 신설을 통해 보완할 수 있으므로 소비자의 효용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라도 결합서비스 상품판매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유선과 무선을 통합한 개념의 서비스인 새로운 신규상품을 결합서비스로 묶는다면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다거나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 출시나 활성화는 요원하다는 주장이다.
하나로통신측은 “현재 시내전화·이동전화·초고속인터넷 등 주요 통신서비스의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는데 지배적사업자인 KT·SK텔레콤에 결합서비스를 허용한다거나 규제를 완화한다면 후발사업자가 설 땅은 없어진다”며 “유효경쟁체제가 구축될 때까지만이라도 현행 결합상품에 대한 규제조항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T가 시내전화와 시외·국제·초고속인터넷·이동전화 부문을 묶는 결합서비스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한다면 후발사업자들의 경쟁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KT는 최근 개념의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무선랜(초고속인터넷)과 이동전화를 결합한 개념의 ‘네스팟스윙’을 내놓았다. 하나로 역시 지난해말 초고속인터넷과 시내전화를 묶은 개념의 결합서비스를 내놓은 바 있다. 후발사업자인 하나로의 경우 요금을 할인한 상태이기 때문에 명백한 결합서비스이지만 후발사업자이기 때문에 상품판매가 허용된다. 그러나 KT의 경우 무선랜을 신규상품이 아닌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는 초고속인터넷의 부가서비스로 간주하고 있어 결합서비스 논쟁에 휘말려 있다.
그러나 문제는 원칙론을 견지하고 있는 SK텔레콤. 무선부문의 지배적사업자인 SK텔레콤은 당초 결합서비스 규제에 반대하는 듯한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KT가 무선랜을 앞세워 무선부문 진입을 시도하고 있고 실제로 무선랜과 자회사인 KTF의 이통서비스와 결합한 상품을 내놓음에 따라 자사 고객의 이탈을 우려해 법에 명시한 대로 지배적사업자가 결합상품을 판매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현재 무선랜사업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고는 있지만 가입자망(유선)이 없는 SK텔레콤으로서는 KT와의 경쟁이 힘겹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사의 무선랜은 이통서비스의 부가서비스로 간주되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
정통부측은 “결합서비스 상품 판매에 대한 규제는 소비자의 효용(권익) 증대와 유효경쟁 환경조성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명제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현재로서는 법 도입의 취지를 충실히 지켜나갈 것”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앞으로 통신시장의 변화와 기술흐름의 변화에도 관심을 갖고 대응할 것”이라며 사안에 따라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유효경쟁 환경조성을 위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하나로통신, 소비자효용 극대화·시장경쟁 원리 존중을 주장하는 KT, 유선부문이 없는 무선부문의 지배적사업자인 SK텔레콤 등 사업자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