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모습 드러낸 새정부 IT정책

 차기정부의 국정방향이 모습을 드러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최근 50일간의 인수위 활동을 끝내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등을 골자로 하는 새 정부의 12대 국정과제를 최종 확정, 발표했다.

 인수위원회가 밝힌 새 정부의 12대 국정과제는 차기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을 구체화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인수위원회가 밝힌 국정과제의 상당수는 이미 대통령선거 공약으로 제시됐던 것들이긴 하지만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국정과제는 국가비전이라는 점에서 선거공약으로 발표된 것과는 ‘격’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확정한 12대 국정과제 가운데 중요하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다. 그 중에서도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 지식문화강국 건설,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 등 경제분야의 국정비전은 우리가 중요하게 다뤄야 할 과제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IT강국 건설을 위한 경제정책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IT산업은 경제성장의 엔진으로 그 중요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의 전후방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12대 국정비전 중 IT관련 세부 실천과제는 우리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세계 일류 IT국가 건설을 위한 새 정부의 포부는 상당히 의욕적이다. 우선 소프트웨어와 디지털콘텐츠 등 IT서비스산업을 활성화하고 디지털TV 관련 단말기 및 시스템, 응용 소프트웨어 등을 차세대 주력상품으로 키워나가겠다고 한 것은 방향을 제대로 잡은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반도체 이후의 미래 핵심기술을 집중 개발하고 핵심부품·소재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의 육성 등을 통해 산업고도화를 추진하기로 한 것도 잘한 일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새 정부는 동북아 IT협력체제 구축과 전자무역공동체 형성 등을 통해 우리나라를 IT를 비롯한 첨단산업과 비즈니스의 허브로 만들고 산·학·연·관이 참여하는 지역혁신시스템 구축과 산업집적화를 통해 지방의 첨단산업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지역혁신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지역별 산업집적 활성화 5개년 계획을 통해 산업집적지도를 만들고 지역개발기구를 설립키로 한 것이나, 지방대학을 지역 연구개발(R&D)의 핵심주체로 육성하기 위해 테크노파크·기술혁신센터 등을 지방대학과 연계시키며 10% 미만의 정부 지방 R&D 지원예산을 2007년까지 20%로 높이기로 한 것도 올바른 정책방향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이 IT강국을 건설하는 데 중요한 일인지 파악하는 것과 이를 해결하는 것은 엄격히 말해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도 출범 초기에 IT강국을 건설하겠다고 나섰지만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을 보더라도 그러하다.

 단순히 정책과제들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효율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는 정책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새 정부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각 사업을 경중과 선후에 따라 장단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나눠 각 부처 장관이 책임지고 추진토록 하고 이를 청와대가 최종 점검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실천에 옮기지 못할 장밋빛 공약은 공허할 뿐이다. 새 정부는 바로 이러한 점을 고려해 IT강국을 건설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어 과제를 실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