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무현 정부 출범과 향후 과제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오늘 출범했다. 21세기 들어 처음 선출된 국가지도자로 디지털시대를 이끌어 나갈 16대 대통령이다. 향후 5년 동안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갈 새 대통령의 취임을 온 국민과 더불어 경축한다.

 바라건대 전임자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국가와 국민을 이끌어가는 화합의 큰 정치를 펼치면서 임기가 끝나는 그 날까지 오늘의 다짐을 그대로 간직해야 한다. 특히 새 정부의 출범을 알리는 오늘, 취임식에서 한 말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취임사야말로 새로 탄생하는 권력이 가장 순수한 마음가짐으로 만든 국민과의 약속이자 권력집단의 자기약속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새 정부가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관과 이상 그리고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와 이를 성취하기 위한 방법 등도 여기에 함축돼 있다.

 우리가 오늘 국민에게 했던 약속만은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고 당부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취임 당시의 고귀한 정신과 진솔한 마음가짐이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전혀 엉뚱한 정권으로 변질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철을 되풀이하지 말라는 것이다.

 오늘 출범하는 노무현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참으로 많다. 걸프만 위기와 북핵문제 해결은 물론 영남-호남, 진보-보수, 장년-청년 등 지역·계층·세대로 갈린 갈등구조를 해소해야 하고, 선진국의 개방압력에도 적절히 대응하면서 각 분야에 산재한 비효율적 요소들도 제거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나라경영의 우선순위가 국방·안보·민주화에서 경제로 변화되는 시대적 추세를 감안해 발로 뛰는 세일즈 외교에도 나서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민주당 후보가 될 때까지 거의 무명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의 진면목을 해외에 알리는 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 같다. 노 대통령에 대한 해외 시각이 우리상품의 수출과 외국자본의 국내 유치, 더 나아가 국가신인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물론 이제 첫발을 내딛는 새 정부에 모든 일을 한꺼번에 해결하라는 것은 무리한 주문이다. 따라서 우선순위를 정해 차근차근 해결해야 한다.

 최우선 과제는 경제 살리기다. 세계경기 불황국면이 장기화되면서 실물경제가 활력을 잃고, 이라크 전쟁과 북핵문제 등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으로 인해 5%대로 예상됐던 우리의 경제성장률이 4%대로 낮아지고, 흑자행진을 지속해 오던 경상수지의 적자반전이 예상되는 등 경제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IT산업을 살리는 것도 중요한 과제의 하나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세계 일류 IT국가 건설을 위한 새 정부의 포부가 의욕적이라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특히 소프트웨어와 디지털콘텐츠 등 IT서비스 산업을 활성화하고, 디지털TV 관련 단말기 및 시스템 그리고 응용소프트웨어를 차세대 주력상품으로 육성하는 한편 반도체 이후의 미래 핵심기술을 집중 개발하겠다는 것은 가닥을 제대로 잡은 정책이라고 본다.

 IT와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세계일류 IT산업국가. 튼튼한 나라, 잘사는 나라, 따뜻한 나라, 우뚝 선 나라를 만드는 데 혼신을 다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이 기대된다.

 세계를 선도하는 당당한 디지털 강국, 과학기술 대국을 건설해 퇴임 후에도 존경받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