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의 국영 통신기업 텔레콤말레이시아가 독점 기업의 구태를 벗고 이동통신시장에서도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달 20일 텔레콤말레이시아는 수도 콸라룸푸르에 1억5000만달러를 들인 사옥을 준공했다. 대나무에서 모티브를 얻은 독특한 곡선형을 띤 이 사옥은 쑥쑥 자라는 대나무처럼 회사도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2위 이동통신업체인 셀콤의 인수가 예정대로 다음달까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텔레콤말레이시아의 소망은 보다 쉽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3월에 열리는 셀콤의 주주총회에서 텔레콤말레이시아는 셀콤의 지분 50%에 14억달러를 제안할 예정이다. 인수가 성사되면 텔레콤말레이시아는 1년여를 끌어온 지리한 공방을 마무리하고 이동통신시장에서 확고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텔레콤말레이시아가 이동통신사업에서 성공하려면 국영 기업의 방만한 경영 관습을 타파하고 민간 경쟁업체의 장점을 흡수해야 할 것으로 지적했다.
국영 독점 기업인 텔레콤말레이시아는 유선통신 부문의 수입이 급감하면서 이동통신사업에 손을 뻗쳤다. 그러나 텔레콤말레이시아의 이동통신업체 TM터치는 가입자와 수익이 계속 줄고 있는 형편이다. TM터치는 2001년에 회사를 5개로 분리하고 경영진을 교체하는 등 극약 처분을 내렸지만 여전히 별 효과가 없다.
특히 지난해 인도네시아의 국제전화 사업자 인도샛 인수에 실패한 것은 뼈아픈 실수였다. 인도네시아는 인구는 많고 이동통신 보급률은 낮아 통신분야에서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인도샛 지분 인수 실패로 텔레콤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쳤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텔레콤말레이시아의 또 다른 과제는 그동안 인수했던 다른 이동통신기업들과 셀콤, TM터치의 사업을 효율적으로 통합하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94년 셀콤의 이동통신사업 독점 기간이 만료되면서 8개 기업에 신규 사업권을 부여했다. 그러나 인구 2300만명인 말레이시아에서 이는 지나치게 많은 수. 정부는 이동통신업체를 3개로 줄이기 위해 인수합병을 적극 유도했고 이 과정에서 텔레콤말레이시아는 2개의 이동통신업체를 인수했다. 그리고 이번에 셀콤을 인수하게 되면서 텔레콤말레이시아는 4개의 호환되지 않는 이동통신망을 떠안게 된 것이다.
이중 2개는 더이상 신규투자를 하지 않고 소수의 잔여 고객들을 위해 운영중이며 셀콤의 망을 TM터치의 망과 통합하는 작업도 네트워크의 전면적인 개편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또 셀콤의 전 회장 타주딘 람리의 처리문제도 골칫거리다. 타주딘은 부채를 갚기 위해 셀콤의 경영권을 넘겼다. 텔레콤말레이시아는 타주딘과 관련된 회계상의 손실을 해결하기 위해 그를 고소한 상태다. 독일 도이치텔레콤도 셀콤의 지분 변동과 관련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타주딘과 비밀 협약을 맺었다고 주장하고 있어 인수 과정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사진설명 - 최근 문을 연 텔레콤말레이시아의 신축 사옥. 기업이 대나무처럼 성장하길 바라는 소망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