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구쓰리 스타그룹 부사장 janniep@startv.com
한국은 디지털 전환기를 맞고 있는 만큼 디지털 유료방송의 가입자증대와 수입증대의 핵심요인이 무엇인가를 알아야 한다. 모두가 유료방송의 성공을 결정하는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무엇인지 궁금해한다.
개인적으로 VOD·HDTV 같은 하나의 킬러 애플리케이션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성공적인 유료방송 비즈니스를 위한 핵심요소는 분명히 있다. 콘텐츠 차별화, 고객서비스와 마케팅, 규모의 경제 등이 바로 그것이다.
경쟁사와 같은 채널을 공급하면서 경쟁하려면 유일한 수단은 가격이다. 이로 인해 극심한 가격경쟁에 들어서게 되고 가입자당월평균수신료(ARPU)는 내려가고 마케팅비는 늘어난다. 그러므로 핵심은 독점 편성이나 채널을 통한 콘텐츠 차별화다. 대부분의 유료방송 시장에서 가장 인기있는 프로그램과 채널은 스포츠와 영화다.
중요한 것은 시청자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다. 좋은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하고 독점이면 금상첨화다. 독점 콘텐츠나 이벤트·채널 등을 공급하면 가입자 마케팅이 더 용이할 뿐 아니라 가격을 낮추기는커녕 오히려 인상할 수도 있다.
단기적으로 프로그램투자는 비용이 많이 드는 부담스러운 일이기는 하나 장기적으로는 비즈니스의 사활을 결정짓는 요소다. 이러한 경쟁력있는 콘텐츠 제공은 가입자 증대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수신료 증대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지상파TV와의 경쟁관계에 있어서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흔히 하는 실수는 시청률을 너무 염려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답이 아니다. 지상파TV와 경쟁하는 방법은 지상파TV가 할 수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바로 시청자들에게 멀티 채널을 제공하는 것이다. 유료방송사업자에는 시청률보다는 시청자들이 얼마나 오래 채널을 시청하는가, 그 채널에 돈을 내고 볼 만큼의 가치를 부여하는가이다.
유료방송사업자는 고객 비즈니스를 하는 만큼 고객서비스와 마케팅이 매우 중요하다. 지상파TV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광고를 팔면 된다. 고객과의 직접 접촉이 없다. 그리고 한두 채널만 신경쓰면 된다. 하지만 유료방송사업자는 수십개에서 많게는 수백개의 채널을 고민해야 한다. 또한 수십만에서 수백만의 가입자와 접촉한다. 이들 가입자는 가입비를 내는 만큼 상응하는 서비스를 요구할 뿐 아니라 서비스관련 정보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다. 하지만 이를 바꿔 생각해 고객과의 직접적인 접촉이 이뤄지는 만큼 사업자가 양질의 고객서비스를 지원한다면 로열티 높은 시청자층과 수익성있는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
마케팅은 신규가입자 유치와 기존가입자 유지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서비스의 다양성과 차별화를 부각시켜 시청자들에게 수신료의 가치를 정당화시키는 것이 마케팅이다. SO사업자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와 공동으로 능동적인 가입자 관리를 전개해야 한다. 여기서 간과되기 쉬운 것이 기존 가입자의 유지측면이다. 명심해야 할 것은 신규가입자를 유치하는 것보다 기존가입자를 유지하는 것이 훨씬 비용이 적게 든다는 사실이다.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더라고 규모의 경제실현을 위한 저변확대에 힘쓴다면 이는 후에 성공으로 돌아온다. 다만 투자는 성공을 위한 핵심요소에 집중돼야 한다. 이를 한국의 케이블 업체의 입장에서 바라보자. 현재 케이블은 위성과 공중파의 경쟁구도안에 있다.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는 채널확대 가능성이나 양방향서비스, 규모의 경제에 있어서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다. 또한 셋톱박스 비용과 설치 비용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을 계획하고 있으며 수신료도 케이블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위성방송과 경쟁을 하는 방법은 가격측면이 아니다. 가격은 장기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위성방송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의 시장 통합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하며 디지털서비스를 위한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최근 중계유선방송사업자(RO)의 SO전환으로 케이블 시장의 통합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한국케이블 시장은 너무도 분할된 지역구도를 갖고 있다. 110개가 넘는 사업자가 700만가구에 서비스하고 기본형 가입자는 120만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복수SO(MSO)의 힘이 점점 더 강해지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거시적인 측면에서도 한국케이블 시장은 다른 아시아 나라보다 투자대비 수익률이 높아 투자매력도가 높다.
한국케이블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관건은 다른 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경쟁력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경제형 가입자를 기본형 가입자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SO와 PP가 수신료 수익을 분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고, SO와 PP가 협력해 진정한 유료방송 비즈니스를 한국에 정착시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