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심리학자가 컴퓨터 자료 복구 돕는다

하이테크 분야에서 가장 어려운 직업 중 하나를 갖고 있는 켈리 체신(29)은 하이테크 업체에 의해 정규 직원으로 고용된 유일한 ‘위기 카운셀러’다.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 심리학 학위를 가진 그녀는 노스베이에 있는 ‘자살 생명의 전화(suicide hot line)’에서 몇년 동안 일했었다. 이를 바탕으로 지금은 사람들이 컴퓨터가 다운돼 받는 감정적 충격을 추슬러주는 일을 하고 있다.

 그녀는 “사람들이 굉장히 화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들은 소리치고 울기 때문에 말을 들어주고 분통을 터뜨리게 해 줄 필요가 있는데 그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맥월드 셔틀버스 바퀴 밑에 깔린 노트북이나 아마존강 바닥에서 이틀을 보낸 애플의 ‘파워북’같이 (두 경우 모두 실제 사례) 완전히 망가진 컴퓨터 시스템에서 자료를 복구하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드라이브세이버스(DriveSavers)의 직원이다.

 드라이브세이버스의 존 크리스토퍼 엔지니어는 “사람들은 자료를 잃어버리면 분노에서 비탄까지 넓은 감정의 기복을 겪게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체신은 무언가를 잃어버린 누군가가 회사로 전화를 걸어오면 전화를 건 사람이 편안한 곳을 찾도록 도와준다. 그 뒤에는 엔지니어가 기술적인 문제를 자세하게 상담한다.

 크리스토퍼 엔지니어는 체신이 열을 식히기 위해 통화중 사무실을 나가는 장면을 종종 목격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녀는 일하다보면 꽤나 스트레스가 쌓일 것”이라면서 “그녀가 사람들의 인생에 함몰되기는 쉽지만 해결책을 찾는 것은 상당히 까다로운 일이다”고 해석했다.

 체신은 생명의 전화 경험이 정신나간 컴퓨터 사용자가 데이터 손실 문제를 다루는 데 도움을 주는 등 매우 가치있는 것으로 여겼다. 그녀는 “사람들이 비상 전화를 걸 때는 해결책을 찾도록 도와줘야 한다”면서 “이제 이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준까지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보통 생명의 전화를 거는 사람들은 어떤 이유에서든 다시 전화를 걸어오지 않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드라이브세이버스에서 도움을 찾는 사람들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다시 전화를 거는 일이 잦다.

 현재 직원이 40명인 드라이브세이버스는 월 1000건을 처리한다. 복구비용은 보통 건당 900달러다. 드라이브세이버스는 90%의 자료 복구 성공률을 자랑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고객의 냉정함이 필수적이다.

 체신의 노하우는 생명의 전화 시절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그녀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전화를 건 사람이 문제를 설명할 때 인내심을 갖고 주의깊게 듣는다. 그녀는 “위기는 위기”라면서 “사람들을 침착하게 만들어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컴퓨터 문제는 통화시간이 보통 10∼15분이다. 그러나 자살과 관련된 통화시간은 보통 2배 이상이다.

 그러면 체신은 벼랑에서 떨어진 컴퓨터 이용자와 지루한 대화를 나누면서 쌓이는 긴장을 어떻게 풀까.

 그녀는 지난 94년형 도요타 픽업을 타고 조용한 뒷길을 오래 달려 세인트헬레나에 있는 집에 가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그녀는 “퇴근시간은 정말로 중요한 시간”이라면서 “집에 가는 동안 듣느라고 CD가 많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코니박기자 conypark@ibiztoday.com>